↑ 사우스샌프란시스코 확장공사 현장에서 현지 바이오클러스터협회 관계자가 세계 각국에서 온 업체 관계자들에게 인프라시설과 입주 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신찬옥 기자> |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열리는 2016 BIO International Convention(이하 BIO USA)을 앞두고, 제넨텍과 J&J랩 등이 위치한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밸리를 돌아보며 바이오클러스터의 조건을 짚어봤다. 바이오클러스터를 만든 것은 돈과 사람, 병원·학교 등 관련 인프라, 그리고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플레이어였다.
◆돈과 사람이 모여들게 하라
제넨텍의 창업자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원조였던 밥 스완슨과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연구했던 허버트 보이어 교수다. 스완슨이 보이어 교수가 재직하던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프란시스코 분교(UCSF)를 찾아가 시내 맥주바에서 의기투합했다는 창업일화는 유명하다.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본사 캠퍼스에 두 사람이 맥주 마시는 모습을 본딴 조각상을 만들어놓았을 정도다.
벤처캐피탈과 연구자의 만남이 ‘바이오 산업의 전설’을 만든 것이다. 이는 사우스샌프란시스코가 바이오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스탠포드·UCSF 등 좋은 대학이 지척에 있고 J&J·암젠 R&D본부 등 유수의 바이오기업 200여 곳과 벤처캐피털 24개사가 자리잡고 있다. 마크 아디에고 사우스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VC들은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를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202만㎡(축구장 283개 면적) 규모로 조성되어 있는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바이오밸리는 55만㎡를 확장하기로 하고 입주기업을 모집중이다. 5일(현지시각) 찾은 사우스샌프란시스코 곳곳에선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호텔과 카페테리아, 편의시설과 연구동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실리콘밸리의 환경이 우수한 IT인력을 모여들게 했듯이, 우수한 BT인재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키 플레이어 기업’을 모아라
5일(현지시간) 사우스샌프란시스코 주 정부와 바이오클러스터협회는 ‘BIO USA’행사를 찾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프라 투어와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일요일임에도 아디에고 시장이 직접 나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세계 각국에서 온 바이오기업들에게 이들이 묻는 것은 두 가지였다. “언제 올 것인가?” “어떤 공간을 얼마나 원하는가?”. 기업들이 어떤 질문을 하건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개발지를 최대한 확보해주겠다” “최대한 빨리 해주겠다”.
세금 감면이나 인프라 구축비용 지원 등 손에 잡히는 혜택은 없었다. 대신 우수한 학교와 연구실에서 만든 새로운 아이디어가 VC와 병원 임상 환경, 기업과 만나 바로 사업화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믿는 것은 ‘제넨텍 효과’였다. 사우스샌프란시스코는 제넨텍의 성공신화를 고스란히 목격했다. 지금까지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바이오밸리에 투자된 금액중 35%가 제넨텍에 쏠렸다. 아디에고 시장은 “지난 40년간의 경험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인프라 등 맞춤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벤처, 떡잎부터 키워주라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바이오밸리는 ‘미래의 제넨텍’을 키우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이 만든 J&J 이노베이션 랩(제이랩스·JLABS)가 대표적이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이노베이션 센터이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120여 개 회사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실험하며 아이디어를 키운다. 니마 살리즈 제이랩스 운영담당자는 “선발된 기업들은 자유롭게 2년간 이용할 수 있고, 기간이 되면 나름대로 테스트를 하고 계약을 종결한다”며 “지금까지 5개사가 졸업했고, 두 달 후 4곳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타트업이 구입하기 어려운 비싼 장비들은 GE가 무상으로 지원한다.
실제로 돌아본 제이랩스 내부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육성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각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바로 옆에서 화학실험이나 생물실험을 할 수 있고, 카페테리아처럼 꾸며진 공동공간에서 교류하다가도 심도깊은 대화가 필요하면 바로 옆 회의실로 들어가면 됐다. J&J는 좋은 아이디어를 떡잎부터 발굴해 육성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시키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짐 비올라 존슨앤존슨 마케팅 매니저는 “지분 관련 의무사항은 전혀 없고 기술에 대한 J&J의 우선권도 없다”며 “그러나 제이랩스에서 싹을 틔운 스타트업들이 언젠가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존슨앤존슨과 좋은 관계를 쌓아 둔 점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바이오클러스터 만들자
바이오 클러스터는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 전 세계가 꿈꾸는 차세대 글로벌 허브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바이오클러스터는 국가간 경쟁이 아니라 지역간 경쟁이 됐다. 미국 안에서도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가 치열하게 경쟁중”이라며 “다른 조건은 비슷하기 때문에 차별화 포인트는 얼마나 좋은 기업이 큰 성공을 거뒀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송도와 판교, 대전, 대구, 오송 등 지자체가 앞다투어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지역 본부 수준의 키플레이어 기업을 유치하지 않고서는 세계 도시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2일 기재부에 한국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정책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국가가 나서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고, 다국적 제약사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싱가포르 수준인 5~15%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또 아일랜드와 같이 바이오클러스터 인근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바이오 생산(GMP) 전문학과’를 만들어 전문인력을 공급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지만, 앞으로 세계적 제약 기업들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고부가가가치 R&D와 해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성공은 어
[샌프란시스코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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