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내에서 모의 핵연료가 아닌 실제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한 재활용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원전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사용 후 핵연료를 평화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정을 내년부터 가동한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4월 협정 개정으로 파이로프로세싱의 길이 열린 후 한미 양국은 2020년까지를 기한으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 대해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등에선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원자로에 타고난 뒤 나오는 핵폐기물이다. 핵폐기물은 처리를 위해 임시저장하거나 지하에 매립해야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확용하면 다시 핵연료 원료를 얻을 수 있다. 재활용 기술에선 핵연료에서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다.
분류방법에는 습식과 건식 재처리가 있는데 핵무기의 원료를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습식 재처리의 경우 핵보유국에만 개발이 허용돼있다. 건식 재처리인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우 550~650도로 고온인 용융염을 이용해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사용 후 핵연료에서 우라늄만 분리해내는 기술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1%의 플루토늄과 93%의 우라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거치면 사용 후 핵연료의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들고 발열량은 100분의 1, 독성 감소 기간인 반감기는 1000분의 1까지 떨어진다. 새로운 핵연료의 원료 확보와 더불어 핵폐기물의 부피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인 셈이다.
회수한 핵폐기물을 원자력연이 추진 중인 4세대 원자로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재순환시킨다면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면적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100년이 되면 우리나라 고준위 폐기물은 약 10만t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처리하려면 경주 방폐장 규모의 방폐장을 10~20곳을 추가 건설해야한다. 중수로형 월성원전은 2019년 포화가 예정돼있고 경수로형 원전인 한빛과 고리는 2024년, 한울 2037년, 신월성 2038년 순서로 포화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듀픽핵연료 개발시설(DFDF)’과 ‘사용 후 핵연료 차세대 관리종합공정 실증시설(ACPF)’를 이용해 내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 전체 공정 가운데 사용 후 핵연료 피복을 벗겨 원료물질을 만드는 전처리와 전기분해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에서 산소를 없애고 금속으로 만드는 전해환원 단계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은 전처리, 전해환원, 전해정련, 전해제련, 염폐기물 재생 등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재활용을 위해 우라늄과 핵물질을 빼내려면 전해정련 및 제련 공정이 필요한다. 이후 단계 공정에 대해선 아직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원자력연은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와 경·중수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 3t으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연구원은 실제 핵연료 대신 감손 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구현하는 ‘프라이드(PRIDE)’도 운용하고 있다. 이번 실험에 대한 실증자료를 확보한 뒤 프라이드를 이용한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2020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의 기술성, 경제성, 핵비확산 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개발부 안도희 박사는 “기존엔 사용후 핵연료 연구는 일일이 미국에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연구 자율성이 확보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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