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를 제외한 직원들로 구성된 일반 노조가 조종사 노조(KPU)를 항해 “삶의 터전을 더이상 위협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조종사 노조인 조종사 새노조 역시 이같은 입장을 밝혀 조종사 노조의 쟁의 행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2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일반 노조는 전일 성명서를 내고 조종사 노조의 대한항공 세무조사 청원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 없이 무책임한 주장만 남발할 경우 그 여파는 대한항공 경영 측만이 아닌 대한항공 소속 2만여 노동자와 그 가족, 다른 노조 전반에 대한 막대한 피해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환경에 있는 조종사보다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13일 기준 조종사 노조의 쟁의행위가 115일이 지났지만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헌신적 모습은 찾기 어렵고 타 노조는 배제한 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를 일을 조종사 노조가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노조는 그러면서 “조종사 노조는 무책임한 의혹 남발을 중지하고 노조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 노조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태에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조종사들로 이뤄진 조종사 새노조도 이보다 앞선 20일 입장을 내고 “KPU가 대표교섭 노조로서 책무를 잊고 소수 노조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체 조종사의 권익 향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양대 노조가 같이 힘을 발휘해야 함에도 상호간 충분한 협의와 준비 없이 조종사 노조가 행하는 투쟁에 대해서는 같이할 어떠한 명분도,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조종사 새노조는 “모두의 직장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면 신중한 의사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전의 이득을 위해 회사의 운영과 전체 직원의 운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일을 추진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부서 종사자의 이기주의가 투영되거나 동료간 위화감과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은 모든 직원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모두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을 벌이다 올해 2월 20일부터 노동 쟁의에 들어갔으며, 이달 13일에는 ‘대한항공 세무조사 및 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 재산 빼돌리기 의혹 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회사에 대한 조사 청원을 진행 중이다. 조종사 노조가 주장하는 연봉 인상은 5000여만원 수준으로 중국 항공시장 성장으로 이직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인금 인상 요구의 주된 이유다.
조종사 노조의 조합원 수는 1200여명이다. 대한항공 일반 노조는 1만여명의 일반직 직원들로 이뤄졌으며, 조종사 새노조는 700여명의 조종사가 소속돼 있다. 조종사 노조가 사측을 향한 세무조사 청원에 들어가면서 대한항공 내부 분위기는 사뭇 냉랭해진 상태다. 세무조사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일반직에 비해 급여와 근무조건이 더 나은 조종사들이 소속 일터에 대한 세무조사를 직접 청원했다
사측은 대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 집행부가 대화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쟁의 목적인 급여 인상보다는 대외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상황의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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