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세 번째 표 대결에서 신동빈 회장이 또다시 승리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이은 세번째 승리다. 이에 따라 검찰의 전방위 수사라는 대형 악재에도 신동빈 회장의 그룹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의 해임안이 부결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겸 회장 복귀와 신동주 전 부회장 본인의 이사 선임안도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이변을 만들어내려던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계획은 제동이 걸렸지만, 그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무한 주총’을 예고했다.
◆신 회장의 흔들리지 않은 ‘원롯데 리더십’
앞서 형제간의 표 대결이 두 번 있었지만 이번 주총에서의 승리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그룹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열린 주총이었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파상공세를 벌였었다. 신 회장을 지지하는 종업원지주회 등을 자기편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신 전 부회장의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때문에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검찰수사 등 끊이지 않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에 여전히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롯데’를 이끌 적임자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인한 위기가 오히려 신동빈 회장 우호지분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신 회장 시대가 열린 이후 숫자로 보여지는 경영성과도 신 회장의 편이었다. 일본롯데홀딩스가 배포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일본 사업 매출액은 전년도와 비슷한 3600억엔이었으나, 영업 이익은 8% 이상 높은 240억엔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은 최근 10년 내 최고 기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경영성과는 신동빈 회장이 작년 8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등극한지 1년이 채 안 돼 나타난 것”이라며 “일본 주주들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 직후 “다음 임시 주총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세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향후 검찰수사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경우 파상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 덮은 신회장 정면 돌파 나설 듯
주총에서 압승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신동빈 회장에게는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신동빈 회장과 핵심 임원들에 대한 구속이나 소환 조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귀국과 그 이후 일정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신회장은 주총후 1주일 정도 일본에 더 머물면서 주요 주주들을 개별 접촉해 현 위기상황에 대한 설명과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7월초께 귀국후 검찰 소환조사등에 대비한 준비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이같은 위기를 특유의 ‘정면돌파’ 리더십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작년 8월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울 때 자신이 직접 나서 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정감사에도 직접 참석하면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회피하기보다는 당당히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면한 검찰 수사 외에도 호텔롯데 상장도 신 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밀고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 14일 검찰 수사 이후 처음 등장한 공개행사에서도 “호텔롯데 상장을 연내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손일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