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드’ 명동 2호점이 중국인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이랜드> |
#서울 남대문시장 대도종합상가 내 A 주얼리 매장. 한 중국인 관광객이 제품 구매 대신 커다란 DSLR카메라로 매장 진열대에 비치된 액세서리를 촬영하고있다. 매장 주인은 이를 말리기는 커녕 오히려 더 많은 제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매장 뒷편에서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가져다 준다.
도대체 주얼리 매장에서 이처럼 자유롭게 제품 사진을 찍는 ‘미스테리’한 사람들은 누굴까. 바로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이다.
따이공들은 한국에서 직접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중국으로 반입, 온라인 등에서 판매한다. 물건을 대량구매하기 전 제품 사진을 찍어 중국 현지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대거 사가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현지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사진을 전송하기도 한다. 한국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따이공들은 이처럼 소매 판매처에서 구매해 중국 현지에서 더 비싸게 판매해 이윤을 남긴다.
한국 화장품에만 주로 관심을 두던 중국인 따이공들이 이젠 토종 주얼리 브랜드의 큰손으로 떠오르고있다. 국내 업체들은 현금으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가는 이들 따이공을 통해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따이공은 중국 유통채널을 뚫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의 수출통로로도 활용되고있다.
이랜드의 로이드는 따이공의 수해를 입고 있는 토종 주얼리업체 중 하나다. 로이드 명동 1, 2호점은 중국인 손님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로이드 전체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30% 안팎인데 반해 명동점은 50%를 넘는다. 특히 시계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아 중국인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고작 30평 남짓한 로이드 명동 2호점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 12명이 상주하고있을 정도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노동절과 같은 연휴에는 로이드 전국 물량을 명동에 몰아 수요를 맞춘다”면서 “로이드 명동 매장에서는 제품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중국 현지 고객에게 전송하고 있는 중국인 고객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의 제품 가격대는 3만9000원에서 17만 원 안팎인데 한 번에 2000만 원어치를 구매해간 중국인 고객도 있다고 이랜드 측은 설명했다. 중국 보따리상이 국내 주얼리 업계의 최대 고객으로 떠오른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액세서리로 특화된 남대문시장에도 최근 들어 중국 보따리상들이 대거 찾아오고있다. 베끼기 목적으로 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어 거부감을 갖는 상인들도 있지만, 워낙 대량으로 구매를 하다 보니 마냥 싫어할 수 만은 없다. 남대문시장 E월드 관계자는 “남대문시장은 오랫동안 액세서리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았는데, 요즘 중국 보따리상들이 현금으로 한번에 많이 구매 하는 경우가 늘어나 이들이 차지하는 남대문시장 매출 비중도 무시 못하게 됐다”면서 “매출에 도움은 되지만 디자인 카피를 하는 경우도 많아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한국 주얼리를 싹쓸이해가는 이유는 중국사람들은 금을 좋아하지만 골드 시계나 주얼리를 살 수 있는 현지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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