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위의 권세를 누리며 사치와 향락을 즐기던 서태후는 한 끼에 128가지의 음식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농민 1명의 1년치 식대가 그의 한 끼 식사에 들어갔다는 기록도 있다. 황실 주방을 총괄하며 서태후에게 바칠 음식을 담당한 관리는 식재료와 요리법을 기록해 책으로 남겼으며, 이 전통 중국 황실요리 비법을 담은 책은 그의 증조손의 품에 안긴다. 미쉐린 2스타에 빛나는 아이반 리 셰프가 바로 그다.
지난 9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만난 그는 “중국 황실요리는 식전 음식만 1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며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중국 황실요리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중국 황실요리의 진면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조부의 요리법을 살리면서도 전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맛과 중국의 문화를 메뉴에 녹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황실요리인 만큼 맛 뿐 아니라 문화가 함께 음식에 녹아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쉐프로 전향한 그는 지난 1985년 베이징에 첫번째 레스토랑인 ‘패밀리 리 임페리얼 퀴진’을 연 뒤 일본 도쿄와 타이페이, 파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에는 일본에서 미쉐린 2스타를 받았다. 도쿄의 노부, 홍콩의 틴룽힌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레스토랑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그가 꼽은 추천 메뉴는 죽순과 버섯을 곁들인 바닷가재 볶음이다. 간장, 설탕, 식초, 참기름 등 기본적인 재료로 만든 소스에 튀긴 바닷가재와 죽순, 버섯을 넣고 살짝 버무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 바닷가재는 마른 전분에 튀기며, 죽순과 버섯은 물 대신 기름에 살짝 데치는 것이 특징이다.
갈선미(동그란 모양의 작은 해초) 새우 완자 수프도 그가 자신있는 메뉴다. 갈선미와 순채, 새우 완자를 넣어 닭고기 육수에 소금으로 간을 했다. 갈선미는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그가 이번에 직접 챙겨 한국으로 가져온 식재료이기도 하다.
제비집과 닭고기를 곁들인 쌀국수도 있다. 원래는 꿩을 이용해 만드는 요리이지만, 이번에는 닭고기를 썼다. 닭고기에 죽순, 당근, 제비집을 튀겨 곁들였다.
리 쉐프는 오는 14일까지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