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거래(B2B)를 주로 해왔던 철강업계가 치열해진 경쟁에 소비자·기업 거래(B2C)에 활용되는 영업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거래처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강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실적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독보적 위치를 구축한 제품군을 판매하면서 거래처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생산 역량을 여러 제품군에 고르게 배분해 전방산업의 시황 변화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WP(World Premium)제품을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판매해 이익률을 높이고 있다. 올해 2분기 WP제품 판매 비중은 45.2%에 달했다. 포스코는 WP제품 판매량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 유통 시장에서처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강화하는 셈이다.
포스코는 WP제품을 WF(World First), WB(World Best), WM(World Must)으로 구분한다. WF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거나 고유 공정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WM은 포스코 제품에 대한 거래처의 선호도가 높아 최근 1년간 영업이익률이 같은 품종 내에서 일정 비율을 넘는 제품을 말한다.
WB는 WF(기술력)과 WM(수익)을 잇는 역할을 하는, 기술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제품군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조선·해양, 에너지, 전기·전자, 강건재, 선재, 스테인리스강 등을 7대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200개 넘는 제품을 WP제품으로 설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솔루션마케팅을 활용해 WP제품을 판매한다. 솔루션마케팅은 거래처의 최종 제품 개발단계부터 포스코의 연구진이 참여해 적절한 철강제품 활용법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포스코 관계자는 “거래처에서 솔루션을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국제강도 경쟁우위를 갖춘 제품인 컬러강판을 구매하는 거래처에 솔루션마케팅과 비슷한 서비스를 한다. 컬러강판은 냉연강판에 색을 입히고 외부를 코팅해 색이 변하거나 벗겨지는 것을 방지한 제품으로 건축물이나 가전제품 외장재로 사용된다. 동국제강은 최근 디자인팀을 신설해 컬러강판 구매사에 디자인컨설팅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건설용 형강에 스마트 라벨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 라벨 시스템은 형강제품 라벨에 QR코드를 넣어 제품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동국제강은 이달 이 시스템을 리뉴얼해 거래처가 제품시험성적서와 간단한 질의응답, 영업·품질 부서 담당자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갖고 있는 현대제철은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한 안정성이 강점이다. 자동차용 강판·조선용 후판·건설용 봉형강·특수강 생산설비를 모두 갖춰 각 분야별 시황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철강제품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중이다.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면서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 자동차용 강판 판매를 늘리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2월 전남 순천공장에서 아연도금 2라인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다음달부터 아연도금 3라인 토목공사를 시작해 내년 9월까지 완공, 2018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초 상업생산을 시작한 특수강은 2018년까지 자동차 부품용 인증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특수강은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고 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거래처에서 원하는 성능의 강종을 개발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특수강은 기계나 자동차 엔진, 미션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철강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철강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철강시장 공급과잉을 불러온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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