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가 전 재산인 사람인데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수도권 A물류 업체 대표)
정부가 내년부터 노후 경유차의 서울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결정하면서 2.5t 이상 노후경유차들을 보유한 일부 물류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에서 물류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미세먼지 잡으려다 사람 잡을 판”이라며 “우리는 차가 밥벌이고 생업인데 3000만원이 넘던 차가 하루아침에 ‘X값’이 됐다”고 하소연 했다.
지난 4일 정부는 2005년 이전에 수도권에 등록된 노후 경유차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 진입 전면 금지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5년 이전에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에 등록된 노후 경유차 104만대 가운데 7만~10만대는 당장 내년부터 서울에서 운행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시장에선 해당 차량들이 ‘고철값’이 됐다는 반응이다. 지난 4일 정부발표 직후 서울 성동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선 서둘러 이들 차량에 대한 매입 중단 움직임이 포착됐고, 중고차 매매상들은 기존에 재고용으로 보유했던 차량도 수출 물량으로 전환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연출했다.
매연 저감장치가 안 달린 2005년식 이상 화물차의 수도권 진입이 막히면서 향후 이들 차량은 수도권에서 주문을 받을 수 없고 물류도 실어 나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실종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서울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 2005년 식 마이티 차량(2.5t)을 판매하기 위해 중고차 매매상을 찾은 A씨는 “서 너 곳의 중고차 매매상을 돌았지만 차량을 안 받겠다고 하더라”며 “그 중 한 군데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라도 팔려면 내놓으라고 이야기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매연저감장치를 달게 되면 ‘차량이 힘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아 선뜻 달기가 어렵다”며 “적재 용량이 2.5t인데도 1.5t 남짓 실으면 차가 힘들어한다는데 저감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정부 발표로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싶어 차를 바꾸러 왔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상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로 2005년식 이상 화물차 중고차 매매가 뚝 끊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에 보유 물량마저 수출용으로 돌려야 할 형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한평에서 10년 이상 중고차 딜러로 일해 온 신명진 씨(48)는 “수도권에 못 들어오는 화물 차량을 누가 사서 쓰겠냐”며 “이미 사둔 재고 노후 경유차도 수출용으로 돌리기 위해 업체 몇 군데를 알아봤다”고 전했다.
중고차 매매상들은 이번 정부 결정이 단지 대상이 된 화물차만 아니라 경유차 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발표에는 2.5 t 미만 노후 경유차들은 빠져 있지만 정부의 추가 대응을 우려해 경유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중고차 매매업을 해온 정호 씨는 “연식이 얼마 안 된 경유차들도 100만~200만 원정도 가격을 깎아서 매입하고 있다”며 “손님 10명 중 8명은 ‘경유차는 안사겠다’는 말은 먼저 꺼낼 정도여서 매매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 가격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고차 시장 역시 한 목소리를 냈다. SK엔카 관계자는 “정부가 경유차 규제에 나서면서 경유차 매입, 판매에 대해 온라인 시장도 보수적인 상태가 됐다”며 “가지고 있는 매물 때문에 가격과 시장 분위기를 신중하게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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