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6일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재 야산 산책로에서 60대 남성이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것을 발견한 주민의 신고로 조사에 나섰으며, 그가 이 부회장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신의 옷 안에서 이 부회장의 신분증이 나왔지만, 현재 경찰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 분석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거주지는 서울 용산구다. 그는 전일 오후 9시께 자택에서 빠져나온 후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서는 유서가 발견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시신은 바닥에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산책로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맸지만 줄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고 계열사간 부당 거래에 따른 손해를 입힌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 3인방’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소 사장이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전일에는 황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가신 3인방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97년 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이후 2007년부터 정책본부장 자리를 맡아 한 때 ‘신격호의 남자’로 불릴 만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입과 귀가 돼왔지만, 지난해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신 회장의 품에 들었다. 현재는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총수 일가를 제외하고는 롯데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총수 일가가 아닌 인물이 부회장을 맡은 것도 그가 처음이다. 취임 이후 20년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도 갖고 있다.
검찰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내 모든 사정에 정통할 것으로 보고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포함한 배임·탈세 혐의,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이용해 롯데 총수 일가가 6000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비롯해 롯데건설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가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갔는지가 요지다. 특히 그가 롯데그룹의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정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비자금이 정책본부로 간 정황이 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었다. 정책본부는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속해 있으며 운영실, 지원실, 비서실 등 7개 핵심 부서로 나뉘어 롯데그룹의 대소사를 관장한다. 이 부회장은 이곳의 수장으로서 그룹은 물론 계열사의 운영 전반을 지휘해 왔다.
검찰은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매우 안타깝다”며 “진상 파악 후 입장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자살이 확인될 경우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가 신 회장의 가신 3인방 중 마지막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주요 인물인 만큼 검찰은 이번 소환 조사가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다음주께 신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에 대한 조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다음달 중순 관련자 기소 등 실질적인 수사 결과 발표도 가능할 것이라
롯데그룹 측은 일단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 관련 내용은 현재 확인 중”이라며 “확인대는 대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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