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운명이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담은 자구책을 제출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요구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냉랭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최악의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는 해운동맹체 퇴출로 이어지는 만큼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부산항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해운업계 따르면 전문가들은 해운산업이 다양한 부문의 산업과 연계돼 있는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채권단의 이번 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해운산업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아 섣불리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나온다. 1개의 원양 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조5000억원으로 한진해운이 무너질 경우 수십조원의 네트워크 자산이 손실된다는게 이유다. 또 해운산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유사시에는 병력과 군수품 같은 전시화물을 운송하는 제 4군의 역할을 하며 국내 항만산업을 비롯해 연관산업의 고용 창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화주들은 즉각적으로 운송 계약을 해지하게 되고, 선박 압류, 용선계약 해지 같은 선박 운항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게다가 급유중단, 터미널과 육상수송 작업 중단 등 현금거래만 가능하다.
채무는 그대로인데 반해 신뢰도는 하락하면서 운임 등 채권 회수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돼 운영 자금이 부족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즉각적인 해운 동맹체 퇴출로 공동운항 노선에서 출수하고, 협약구간에서의 서비스도 중단될 수 있다.
한진해운이 무너질 경우 사실상 국내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된다는 주장도 있다. 해운업과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과 하청업체들까지 흔들리면서 관련 산업의 실업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출입 화물기업 또한 국적선사의 공급이 축소될 전망이다. 해외 해운사가 최종목적지에 가기 위해 한 번 거치는 항구로 한국을 이용할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에 운임이 오를 수 있다. 안정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없어 물류 비용이 급등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대상선이 남아있긴 하지만
채권단은 다음달 4일까지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살핀 뒤 한진해운과 국내 해운산업의 특수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회생 가능성을 따질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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