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대주주 책임’이라는 구조조정 대원칙을 내세웠던 정부가 법정관리로 인한 해상 물류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6일 긴급 당정회의를 가진 뒤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한다면 한진해운에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세안 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 대주주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약 30만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세계 각국에서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을 정상화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한진그룹이 나서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전날 오후 기준 73척의 한진해운 선박은 항만 이용료, 용선료 등을 납부하지 못해 세계 각국 항구에서 하역작업을 거부당하거나 입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부터 “대주주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불가 결정을 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물류 혼란 등으로 연간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채권단이 추가지원 불가 결정을 내리자 물류혼란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물류대란이 일어난 뒤에야 사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1일 정부는 해양수산부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응반을 구성했다. 하지만 물류대란이 심각해지자 지난 4일 비상대응반을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개편했다. 합동대책 TF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해수부 차관이 공동 팀장을 맡고 금융당국을 포함해 9개 부처로 구성돼 있다.
한진해운 배에 실려 발이 묶인 화물 운송을 재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과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한진그룹은 이날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한 10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놨다. 이를 두고 해운업계에서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한 뒤 청문회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지레 겁을 먹고 자금지원에 몸을 사렸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국내 해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와 정부의 인식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해운 경쟁력을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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