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활법 첫 적용기업에 한화케미칼·유니드·동양물산

한화케미칼, 유니드, 동양물산기업 등 3곳이 공급과잉 업종의 신속한 사업 재편을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도입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의 첫 적용기업으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 3개 기업에 대한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달 16일 3개 기업이 사업재편 승인을 신청한지 3주 만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신속한 기업결합심사, 법인세 이연, 정부 과제 연구개발(R&D) 가산점, 정책자금 저금리 지원 등 범 정부 차원의 다양한 혜택을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기활법은 공급과잉 업종 내 정상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돕는 법이다.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패키지로 다양한 정책을 지원해 줘 ‘원샷법’이라고 불린다.
이번에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한화케미칼(가성소다) 유니드(가성소다) 동양물산기업(농기계)은 모두 공급과잉 업종에 속해 있다. 흔히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의 국내 수요는 134만t인데 비해 생산능력은 204만t으로 자급률이 152%나 된다. 남아도는 70만t을 수출해야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 중국 등의 생산량 증가로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가성소다 공장 용지와 설비를 유니드에 매각해 가성소다 생산량을 20만t 줄이기로 했다. 유니드는 인수한 설비를 가성소다가 아닌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매각 대금과 세제 혜택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고기능성 PVC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유니드 역시 투자비 절감과 생산량 확대 등을 통해 세계 1위 가성칼륨 제조기업으로 위치를 더욱 공공히 다졌다는 평가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한화케미칼이 7500억원, 유니드는 2200억원의 신규 투자를 하기로 했다. 기존 고용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한화케미칼은 신규 인력 12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농기계 업종도 농업인구 감소와 농업 기계화율 정체 등 여파로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다.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는 동양물산기업은 생산 최적화를 통해 두 회사의 내수 생산량을 15%가량 축소하고, 남은 생산설비는 수출용으로 돌리기로 했다.
당초 사업재편 승인은 주무부터 검토(최장 60일),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 심의(최장 60일) 등 120일까지 걸릴 수 있었지만 불과 3주 만에 신속하게 처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원샷법’이란 이름에 걸맞게 관계부처가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한 덕분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해 기업결합승인을 사업재편계획 승인과 동시에 완료해 사업재편 신청기업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금까지 모두 4개 기업이 신청을 해 이번에 처음으로 3곳이 승인을 받았고, 1~2주 내로 3~4개 기업이 더 신청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10곳 이상에 대해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도 실장은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시장 왜곡과 통상 마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시장 자율로 진행되는 사업재편 과정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돕겠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한화케미칼 등 3개 기업이 기활법을 활용한 사업재편의 첫 사례인 만큼 향후 이들 기업의 사업재편 계획 이행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