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리는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상 회의가 열리는 날에는 사옥 로비에 많은 취재기자들이 몰려 있다. 이들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이 부회장은 출근 시간을 달리 하거나 차를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향하게 한 뒤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단과 마주친 이후 정작 사장단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날의 행보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21일 오전 7시 16분께 이 부회장은 넥타이 없는 정장 차림에 오른손에 서류가방, 왼손에 갤럭시노트7을 쥔 채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로 들어섰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되며 책임경영을 선언한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기간에도 인도를 방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등장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외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떳떳하게 승부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이재용 웨이(Way)’를 꿋꿋하게 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특히 그룹 계열사 사장단들이 대거 모이는 회의날에 본인이 직접 등장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사실상 ‘원톱’으로서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배터리 폭발 문제로 출시 직후 어려움을 겪다 지난 19일부터 국내에서, 21일부터는 미국서 ‘교환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아무 문제 없음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등장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골드 색상을 손에 쥐고 출근했다. 기자들이 이 부회장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애플 아이폰을 들고 있던 한 기자를 가리키며 “여기만 아이폰이다”고 장난스럽게 말한 뒤 집무실로 향한 것은 최근 출시된 경쟁제품인 아이폰7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도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오면 이 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제품을 사용하거나 기자들과 셀프카메라를 찍은 적이 있었다”며 “이번 출근길 등장은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는 본인 모습을 외부에 노출시킴으로써 제품 안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는 일본 게이오대학의 야나기마치 이사오 교수가 ‘일본 불황극복’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다룰 정도로 한국 기업과 삼성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야나기마치 교수 강연 이후에 삼성 사장단들은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으로부터 28일부터 시행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실무적인 가이드라인을 들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법에 대한 이해 부족
[이승훈 기자 / 윤진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