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악재 늑장 공시로 주가가 이틀새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증권가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그동안 제약산업에 대해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뒤늦게 경쟁적으로 목표주가 내리기에 나섰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았던 다른 제약·바이오 종목들도 10% 안팎 조정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호재 공시만 믿고 주식을 사들인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한미약품이 이틀새 27.6% 급락하면서 제약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4일 코스피200헬스케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 의약품 지수는 2.3% 떨어졌다. 이날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 또한 전거래일 대비 8.3% 떨어진 10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JW중외제약이 전 거래일 대비 15.2% 급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JW홀딩스(-7.6%), 부광약품(-2.6%), 종근당홀딩스(-1.8%) 등 제약주가 동반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인해 제약주 전반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또는 타 산업과 비교해 우리나라 제약주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인해 단기적으로 생명공학 관련 33개 종목 가운데 일부가 하향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KSE의약품 지수는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12개월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5배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26배까지 떨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한미약품 관련 개인투자자 피해가 특히 컸던 이유는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정보인 증권사 보고서들이 지난달 30일 호평 일색이었던 탓이 컸다. 지난달 30일 오전에 나온 14개의 보고서 중 5개의 보고서가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한미약품에 대해 ‘신약개발의 클래스가 다르다’(한국투자증권) ‘8번째 홈런’(HMC투자증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교보증권) 등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제목을 단 보고서들이 평소보다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되자, 이같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사태가 터진 이후인 4일 나온 8개 보고서의 평균 목표주가는 72만2500원으로 직전 목표주가인 91만원보다 19.7%나 낮춰잡았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09만원에서 74만원으로 무려 32.1%나 낮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계 목표주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하던 증권사들의 잘못된 관행이 결과적으로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증폭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주가가 이틀연속 급락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제넨텍 1조원 수출 계약 호재 공시를 보고 공매도 잔고를 절반 가량 줄였는데, 악재 공시가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괜히 공매도 잔고를 줄인 상황이 됐다”면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소송을 통해 늑장공시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강남권에 소재한 일부 로펌의 경우 현재 한미약품 주가하락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사건을 수임해 민사소송을 준비중이다.
문제가 된 늑장 공시건은 수시공시 사항이라 현행법상 증권 집단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일단 개별주주 자격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하겠다는 생각이다. 법률사무소 제하의 윤제선 변호사는 “한미약품 늑장공시와 관련해 현재까지 모두 4명의 주주가 소송을 의뢰해온 상태로 이번주 중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면서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라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이나 사기, 배임혐의 등이 밝혀진다면 추가적으로 형사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채이배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8월 증권 집단소송 범위를 수시공시까지 포함시키는 등 확대하는 내용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 의원은 “현행법상 미공개
[최재원 기자 / 유태양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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