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가의 화제로 떠오른 경기도 하남시의 ‘스타필드 하남’. 인기있는 패션·잡화·식음 브랜드는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스타필드 하남이지만 ‘의외로’ 없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패션업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섬의 의류 브랜드 타임과 마인이다. 주차하는데만 1시간 이상 줄을 세울 정도로 인기있는 스타필드 하남에 왜 한섬의 타임과 마인은 입점하지 않았을까. 스타필드 하남을 운영하는 신세계와 패션회사 한섬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 간 자존심을 건 패션전쟁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한섬은 패션업계 불황에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내 토종 패션회사다. 특히 타임과 마인 등 자체 브랜드들은 30~40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매년 30% 가량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섬은 국내 자체 브랜드 사업에 비해 수입 사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품 브랜드로 바로 내세울수 있는 브랜드는 ‘끌로에(Chloe)’와 ‘지미추(JimmyChoo)’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세계그룹 산하에 있는 패션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끌로에 수입권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끌로에와 한섬간 계약기간이 곧 종료되면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끌로에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섬이 온라인몰 더한섬에서 판매 중인 끌로에 전 제품에 대해 세일을 진행하는 것도 곧 계약이 끝나는 점을 염두해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될 당시인 지난 2012년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핫브랜드’ 중 하나였던 ‘지방시’를 빼앗긴 경험이 있다. 또 주 수입원이 현대백화점이었던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패딩·다운 브랜드인 ‘에르노(Herno)’마저 내년부터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공식수입원으로 두고 국내 판매를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최근엔 현대백화점의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문 인수 작업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브랜드 일부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접촉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SK네트웍스의 알짜 수입브랜드를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가져갈 경우 현대백화점의 인수 작업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신세계와 현대는 최근 패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성비 높은 컨셉을 지향하는 여성복 시장에서 ‘V라운지(신세계)’와 ‘래트바이티(한섬)’가 경쟁하고 있고 캐시미어 의류 시장에서도 ‘델라라나(신세계)’와 ‘더캐시미어(한섬)’가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국내 최대 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에 한섬의 대표 브랜드인 마인과 타임이 입점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양사의 한치 양보 없는 패션전쟁의 여파라는게
[손일선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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