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영업망이 더 훼손되기 전에 매각을 추진해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한진해운의 영업권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대상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아시아-미주 노선의 인력, 운영 시스템, 선박 5척, 해외 자회사 7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과 대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진해운과 법원은 의향서를 제출한 인수후보에게 비밀유지확약서를 받은 뒤 구체적 계약 내용에 대해 알려줄 계획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매각 대상이 알려지면 선박 등 자산에 대한 압류 시도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만 해도 한진해운은 아시아-미주 노선에서는 세계 1·2위 해운사인 머스크·MSC와 비슷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영업망을 현대상선에 넘겨 한국의 해운산업 경쟁력을 이어갈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무리 없이 인수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을 초대형 국적선사로 키우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지만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는 부정적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현대상선은 현재 받고 있는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 중순부터 이를 토대로 선대 조정, 터미널 인수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자산 중에서는 1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만 관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인수전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 선사 중에서는 머스크와 MSC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시아-미주 노선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데다 자금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 해운공룡이 속한 해운동맹 2M은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상선을 해운동맹 구성원으로 받아줬다. 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정상적 영업을 하지 못하자 곧장 컨테이너선을 6척씩 아시아-미주 노선에 각각 투입해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영업망이 외국선사에 넘어가는 데 대해 해운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실제로 빠지면 인수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의 영업망이 헐값에 외국 선사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매각 대금규모돌 줄어들어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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