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되면서 국민생선들의 ‘몸값’이 바뀌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갈치의 마리당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 6월 한일어업협상 결렬 이후 7월부터 현재까지 전년 대비 평균 53% 오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782원이던 마리당 가격은 이달 들어 8306원에 팔리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등어의 마리당 평균 소매 가격은 -1% ~ 13% 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2722원이던 마리당 가격은 올해는 2810원으로 100원 정도 올랐다.
이는 갈치의 산지위판 물량이 지난해 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고등어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갈치선어의 산지위판 물량은 79만1327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인 205만399kg 보다 61.4%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기간 고등어의 산지위판 물량은 652만1313kg으로 지난해(93만474kg) 보다 600.9% 급증했다. 물량 수급 상황은 매출에도 영향을 줘 이달 들어 롯데마트 고등어 매출은 53.7% 늘어난 반면 갈치 매출은 28.1% 감소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조업이 금지되면서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갈치와 고등어의 희비가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수역에서의 갈치 할당량을 늘리려는 한국과 줄이려는 일본이 접점을 찾지 못해 배타적 경제수역 조업이 현재까지 중단되면서 갈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갈치의 경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주 서귀포에서 남쪽으로 200km 이상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주로 조업하기 때문에 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는 한 갈치 기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등어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제주도와 서해 인근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에 한일어업협정 결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왔다.
그러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어획하는 고등어가 전체 생산량의 9%(1만1689t)에 달하기 때문에 어업협정 결렬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앞으로는 고등어 수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갈치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내 어획량은 전체 생산량의 4.5% 수준이다.
갈치와 고등어의 국내 수급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유통업체도 수입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세네갈산 냉동 갈치를 비롯해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아랍에미리트산 생물 갈치를 판매하고 올해 처음으로 필리핀산 생물 갈치도 들여왔다. 고등어 역시 노르웨이 현지업체와의 직거래로 물량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국내산 냉동 갈치를 마리당 6480원에, 노르웨이 자반 고등어(800g 내외, 엘포인트 회원 기준)를 4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MD(상품기획자)는 “갈치, 고등어는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수산물인만큼 한일어업협정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단계별 시나리오까지 작성하는 등 만반의 사태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