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이 내놓은 철강·석유화학·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컨설팅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해당 업계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철강·석유화학·조선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 컨설팅 보고서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업계에서는 발표됐거나 내용이 흘러나온 보고서들의 내용에 대해 “이미 업체들이 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반영하지 않았다”(조선),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생산량을 줄이라고 한다”(철강),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되풀이했다”(석유화학) 등과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 대우조선 자력 생존 불가…“가정부터 틀려”
맥킨지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의 보고서에 향후 조선업황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선업계는 반발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맥킨지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이 지난 5년간의 영업이익률 등 경영실적을 향후 5년동안 반복할 것으로 봤다. 또 2017~2021년 조선 빅3의 수주는 약 550척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크게 반발한 곳은 대우조선이다. 업황 부진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대우조선의 자력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조선업계가 직전 5년의 실수를 향후 5년에도 반복한다는 가정부터 잘못됐다”며 보고서의 내용을 혹평했다.
또 대우조선이 앞으로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 안된다고 조언한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맥킨지는 대우조선에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라”는 컨설팅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업계는 맥킨지가 3년 뒤도 제대로 전망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향후 조선업황이 암울하다는 맥킨지의 전망과 달리 최근 유가 상승에 힘입어 유조선과 가스운반선의 발주가 나오기 시작했고, 보류됐던 해저 유전 개발도 재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유조선과 가스운반선을 잇따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1조원대,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ENI로부터 3조원대 해양플랜트의 수주를 거의 확정지었다.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어난 논란에 대해 맥킨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현재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보고서의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재검토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후판 감축 권고에 “향후 조선업황 어찌 알고”
조선업황이 나아진다면 “후판 생산설비를 줄이라”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철강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보고서도 틀린 게 된다. 후판 생산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조선업황 침체가 지속된다는 데 근거를 뒀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역시 BCG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해왔다. 동국제강은 보고서가 나오기 전 포항의 후판공장을 폐쇄해 생산능력을 줄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후판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과잉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며 “설비를 줄인 뒤 조선업황이 살아나 주문량이 늘어나면 그 수혜는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강업체들은 설비 하나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며 “장기전망을 한 뒤 가동률을 조정해가며 시황에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BCG의 보고서는 현재 업황만 반영해 설비를 조절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 TPA·PS 등 생산량 조절·고부가 전환해야…“누가 모르나”
화학업계는 테레프탈산(TPA)·폴리스티렌(PS) 등 공급과잉 품목의 생산량은 줄이고 합성고무·폴리염화비닐(PVC) 등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보고서에 “누가 모르냐”는 반응을 보였다.
석유화학업체들이 공급 과잉인 제품의 생산량을 섣불리 줄이지 못하는 것은 제품의 거래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화학업체 내부적으로 다른 제품의 중간재료로 사용하거나 거래처와 제품 물성을 맞추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품목인 TPA만 해도 롯데케미칼은 전량 자체 소비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래선의 실타래를 푼다고 해도 업체들이 생산량 감축을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먼저 생산량을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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