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쇄신안을 공개했다. 신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 앞서 허리를 굽혔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정책본부 23개 계열사 대표들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지 약 1년2개월 만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며 “그룹이 처한 상황과 국민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깊이 고민한 끝에 새로운 롯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특히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경영에 참여해왔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이어질 재판을 앞두고 과거 롯데그룹 경영에서 신격호 회장의 보좌 역할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쇄신안에 따라 롯데는 신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팀(TFT)과 기업문화개선위원회가 있지만, 준법경영위원회는 회장 직속 기구인 만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그룹과 계열사에 비준법적인 요소가 있는지 점검한다는 게 롯데그룹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4년부터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정책본부는 12년만에 대폭 축소된다. 그룹은 계열사간 업무를 조율하고 투자와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정책본부에 지시하고 계열사 지원 역할은 축소해 계열사간 독립적인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롯데정책본부 7개 부서를 포함한 기타 부설 조직 근무 인원은 300명으로 롯데그룹에 따르면 외부조직으로부터 진단을 받은 뒤 구체적인 인원 조정과 조직 변화에 들어갈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으로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그동안의 목표를 조정하고 사회적가치 중심의 질적 성장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실적 등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사회공헌과 동반성장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부족했다는 자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기로 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과제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해 주주구성도 다양화한다. 호텔과 면세사업에 적극 재투자해 경쟁력도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종현 롯데그룹 상무는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같은 우량 계열사 IPO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와 고용도 확대한다. 신 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4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면서 “3년 내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좋은 일자리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7년부터 매년 청년 고용 중심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채용 규모를 늘린다. 여성 비율도 4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은 계열사별로 유통 계열사 5000명, 식품 계열사 3000명, 금융 기타 계열사 2000명을 전환한다. 이 상무는 “현재 연간 투자금액은 6조~7조원 수준으로 투자액 비중을 높이겠다 게 요지”라면서 “현재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M&A)이나 설비투자 분야,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역시 더 이상의 혼란 없이 빠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외부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경영쇄신은 물론 롯데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
이번 쇄신안은 지난 19일 검찰이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 5명을 포함해 총 24명의 그룹·계열사 임직원을 무더기 기소한 지 일주일 만에 발표된 것이다. 신 회장에게는 1753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가 적용됐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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