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과 면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대폭 줄이고 삼겹살과 버터 등 지방 섭취를 늘리는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이 국민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국내 최고 권위의 의학 및 영양학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사가 장기적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고 건강과 영양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공동 성명서에는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한 검증이 안 됐을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무기력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 고르게 균형 잡힌 식단과 활동량 증대를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예방과 관리에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또 “2000년대 이후 탄수화물·지방 비율을 달리한 식사를 통한 체중 감량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됐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고 덧 붙였다.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5개 전문의학회에는 식이법(다이어트)과 건강을 연구하고 관련 환자를 진료하는 의대 교수와 전문의가 총망라돼 있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사는 “상식 밖의 내용을 방송에서 내보내는 것에 전문가들이 화가 났다”며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 효과를 방송에서 다뤘을 때는 참았지만 이번은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는 지난달 19일 MBC ‘지방의 누명’이란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이 고지방 식단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한 뒤 이 내용을 요약한 글과 실제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인터넷에 퍼졌다.
[디지털뉴스국 박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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