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석유제품 시황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정유사들이 비정유 부문을 키우고 있다. 비정유 사업은 정유 사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꾸준히 유지하기 때문이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3분기 비정유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내며 정유 부문의 실적 악화를 만회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60% 넘게 감소했고, 에쓰오일은 123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석유제품 시황이 악화되면서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정제마진이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4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에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정유 4사 모두 정유 부문에서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1.3~4.7%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사들은 올해 들어 비정유 부문에서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현대코스모·현대쉘베이스오일은 분기 실적을 집계하지 않고 실적도 미미한 상황이다. 현대코스모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현대쉘베이스오일도 경쟁사의 분기 실적과 비슷한 연간 실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올해 석유화학 사업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SK이노베이션 11.4~15.4%, GS칼텍스 11.1~12.3%, 에쓰오일 22~22.7%이다.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납사를 재가공해 파라자일렌과 방향족 석유화학제품(벤젠·톨루엔·혼합자일렌)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이 물질들은 합성섬유의 원료로 사용된다.
윤활유·윤활기유 사업의 수익성은 석유화학 사업보다 더 좋다. SK이노베이션은 19.5~21.2%, GS칼텍스는 24.9~27.7%, 에쓰오일은 30.3~39.2%의 분기 영업이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물질 중 가장 가치가 낮은 미전환 잔사유(고도화 설비를 통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벙커C유 찌꺼기)를 재처리해 윤활유·윤활기유를 만드는 게 윤활유 사업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비정유 사업을 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른 정유사들은 갖고 있지 않은 납사분해설비(NCC)를 통해 에틸렌까지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정유사들은 납사를 그대로 팔거나 파라자일렌, BTX로 만들어 판매한다. SK이노베이션은 유전을 개발하는 석유개발사업(E&P), 필름기술을 활용한 2차전지사업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사업에 진출한다. 지난 9월 29일 전남 여수공장에 바이오부탄올 생산의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데모플랜트 건설을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까지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 건설을 마칠 계획이다.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나 폐농작물을 활용해 만든 코팅제·페인트·접착제·잉크·용제 등의 원료이다. 휘발유화 섞으면 엔진 개조 없이 차량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약 5조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에쓰오일은 벙커C유를 다시 한번 정제해 가치가 높은 휘발유, 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이 설비를 통해 수익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정유 부문 투자가 늦었고 성과도 미미한 현대오일뱅크도 내년부터는 석유화학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이 내년부터 본격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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