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아직 기업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난 것도 아니고 특검과 국정조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가야할 길이 더 먼 것 아니냐.”
20일 검찰의 중간발표를 접한 한 재계 임원이 내놓은 반응이다. 이 임원의 말처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으로 잠재적 공모자 취급을 받아왔던 재계에선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기업은 피해자”라고 명시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들에 대해 “피고인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구속기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구속기소)이 직권을 남용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합계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계의 재단 출연은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출연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 입장에선 검찰의 추가 수사 등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피해자를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SK·LG·GS 등 재단 출연 부분을 중심으로 조사받은 기업들은 “현재 조사가 다 끝난 것은 아니라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그룹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주장한 대로 특별한 대가성 등을 바란 것이 아니란 점이 인정된 것이라 내부적으로는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수들이 조사를 받은 기업들 역시 “향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알아보며 대응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발표는 최 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에 집중돼있다. 기업들에 대한 조사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 대상이 된 그룹들이 아직 “안도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18개 그룹이 두 재단에 출연했다. 이중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롯데·포스코·KT·CJ·한진 등 7개 그룹은 재단 출연 이외의 건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본은 삼성, 현대차, 롯데, 포스코, KT, 그랜드레저코리아(GLK)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 대한 추가 수사의 핵심은 지원에 대해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다. 전경련은 두재단에 대한 53개 기업의 기금 출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창립총회 회의록 허위 작성 조언 외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남아있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204억원) 외에 정유라 승마 지원을 위해 35억원을 송금해주고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사무총장으로 있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도 지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공식적인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재단 등의 문제만 걸려 있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최씨 측을 통해 요청받은 KD코퍼레이션 납품 요청(11억원, 현재 납품중)을 진행했다. 흡착제 제조·판매사인 KD코퍼레이션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업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이 브로슈어까지 내밀며 요청을 하는데 거절하기가 힘들었다”라며 “하지만 기존에 쓰던 수입 제품보다 24%의 가격 절감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박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 출연(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그동안 70억원 지원에 대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상태에서 내부고민을 통해 결정했다고 밝혀온 롯데그룹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신 회장이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당시 이인원 부회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롯데그룹 수뇌부가 자금 지원 과정에 깊숙히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이인원 전 부회장의 자살도 이같은 사실을 숨기려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롯데 측은 이런 금액이 오가는 과정에서 롯데가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는 광고 자회사인 포레카 매각 과정과 배트민턴·펜싱팀 창단 여부와 관련해 권오준 회장 등 최고경영자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KT는 차은택 씨와 최 씨가 추천한 2명을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하고, 차 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KT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아 분위기가 고무돼 있었지만, ‘비선 실세’의 이권 개입 사건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다”고 전했다.
특본 조사발표에서는 빠졌지만 CJ와 한진그룹에 대한 의혹도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야할 부분이다. CJ그룹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퇴진과 관련해
[정욱 기자 / 문지웅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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