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에 사는 대학생 김연지 씨(21). 그는 오는 26일 열릴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마련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핫팩, 머플러, 장갑 등 방한용품도 대거 구입했다. 한번 집회에 나가면 오랜 시간 야외에 있어야 해 단단히 준비한 것이다. 김 씨는 “지난 주 집회까지는 날씨가 비교적 포근했지만, 이번주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비가 온다고 해 두꺼운 외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A홈쇼핑은 계속된 촛불집회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200만명 가까운 국민들이 거리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나머지 국민들의 이목 또한 촛불집회에 집중된 상황에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 업체의 지난 19일 저녁 시간대(오후 6시30분~9시30분) 주문액은 지난해 같은 주 토요일(21일)에 비해 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A홈쇼핑 관계자는 “이익은 박하지만 단가가 비싼 가전제품 등을 편성해 매출규모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증정행사도 평소보다 더 많이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11월 1~22일 기준 전년대비 매출증가율, 자료=옥션 |
이번주 토요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방한용품 구매가 줄을 잇고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영향도 있지만,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미리부터 방한용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소매업체들의 전언이다.
반면 TV홈쇼핑 업체는 매출하락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집중된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오기 위해 인기상품 중심으로 편성을 변경하고, 증정행사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헬스·뷰티 매장 CJ올리브영에 따르면 11월 1~22일 핫팩, 손난로, 기모 레깅스(보온력 높인 천으로 만든 레깅스) 등 방한용품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2%가 증가했다. 온라인몰에서도 방한용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같은 기간 핫팩·손난로(29%), 머플러·스카프(30%), 장갑(67%), 귀달이모자(46%) 등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아웃도어 회사들도 ‘촛불집회 특수’를 누리고 있다. 11월 ‘블랙야크’의 다운패딩과 ‘디스커버리’의 다운 재킷은 전년대비 각각 35%, 60% 판매가 늘었다. ‘밀포드 다운 재킷’도 20%대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방한용품, 다운재킷 등 겨울용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미리 겨울에 대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촛불집회 참석을 위한 구매가 많다는 게 소매업체들의 시각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11월은 낮 기온이 15℃를 웃도는 가을날씨였지만 다운재킷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장시간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다보니 겨울옷 구매를 앞당긴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 편집숍 다이소아성산업이 판매하던 건전지 양초는 월 판매량이 10배나 올랐다. 광화문 인근 매장에서의 품절은 물론 본사 물류창고에도 재고품이 없다. 온라인몰 업계 관계자는 “건전지 양초는 없어서 못 팔고 있고, 돗자리·태극기 등 집회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이 지난 주말보다 더 추울 것으로 예상돼 방한용품 매출도 이번주 더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TV 앞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아야 할 홈쇼핑 업체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 12일 시위때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19일 시위가 열린 저녁시간대에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A홈쇼핑은 주문수량이 48% 감소(전년도 같은 주 토요일 대비)하면서 ‘반토막’이 났다. B홈쇼핑은 저녁 6시~밤 10시 매출이 1.6%를 기록했는데, 이 업체가 올해들어 매출이 11% 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로 봐도 무방하다.
이에 홈쇼핑 업체들은 이번주 토요일 방송을 앞두고 ‘매출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익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매출 확대에 도움되는 상품을 위주로 상품 편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홈쇼핑 매출의 30%는 주말에 나오는 만큼, 홈쇼핑 업체로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시간대라는 게 홈쇼핑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C홈쇼핑은 지난 19일 저녁에 고정적인 판매가 보장된 품목인 그릴, 스마트폰, 의류 등을 집중 편성해 그나마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 C홈쇼핑 관계자
[최승진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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