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TV생산거점인 동북아시아에서 TV패널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 타도’를 내걸고 샤프를 인수한 대만 홍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이 여유물량이 사실상 없을 정도로 수급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TV 패널시장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샤프는 TV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내년부터 공급하지 않겠다고 삼성전자와 중국 하이센스에 통보하면서 패널전쟁이 촉발됐다. 여기에 맞서 세계 최대 TV제조업체이자 패널공급업체인 삼성과 LG가 긴밀한 협의에 나서면서 공동대응에 나설 태세다.
25일 TV업계 고위관계자는 “최근 패널시장 상황과 관련해 삼성과 LG 고위층 간에 상당히 진지하고 의미있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며 “경쟁관계를 넘어 양사가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풀 수 있는 것은 풀어나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샤프측 공급중단으로 부족해진 내년도 TV제조용 LCD 패널 일부를 LG디스플레이에 요청한 상태다.
글로벌시장조사전문업체인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에 필요한 TV용 LCD 패널은 5650만대에 달한다. 이중에 삼성디스플레이가 1490만대를 공급하고 이노룩스가 1370만대를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TV용 LCD 패널량을 기존 계획보다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긴급 수혈 받더라도 공급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또다른 LCD 패널 공급원을 찾아야했고 현 상황에선 품질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LCD 패널 공급처가 LG디스플레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양측 모두 “상대편의 LCD 패널을 도입하는 것은 공정상의 문제가 있긴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존심과 의지의 문제일 뿐 나머지는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태 초반에는 삼성전자 일부 부서가 ‘경쟁업체의 부품을 받는 것은 자존심 상한다’며 반대했지만 구매 부서가 ‘다른 방법이 없다’고 결론 내린 이후 양사 협력 분위기가 빠르게 생성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LG의 협력체제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LCD 패널 부족 현상은 내년 상반기 정점에 이른 뒤 내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해소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 생산라인 증설 작업이 내년 하반기 차례로 끝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샤프가 중국 하이센스에도 TV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전 세계적인 LCD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빠르게 LCD 패널 추가 공급 결정을 내린 이유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의 여파는 엉뚱하게 일본 소니로 번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로의 패널 공급을 늘리는 대신 소니에 납품하던 LCD 패널 물량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갑자기 확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원래 공급 물량의 20% 정도 수준”이라며 “이에 따라 소니는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에 TV 패널 공급 확대를 긴급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이번 LCD 패널 품귀 현상이 좋은 기회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갑자기 패널 공급이 중단된 소니 역시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
[송성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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