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쇄신·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과 '지속가능한 기업 문화 구축'을 올해의 화두로 제시했다. 특히 주요 그룹은 2일 내놓은 신년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신년사의 기저에는 대내외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미래를 담보할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삼성·현대차·SK·LG·롯데등 5대그룹은 중국 저성장,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올해 재계가 당면한 위기 요인으로 지목했다. 장기적으론 기업의 사업 영역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신년사의 공통분모 중 한가지였다. 특히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기업에 대한 신뢰회복과 지속가능한 기업문화 구축을 강조한 점도 올해 신년사에서 달라진 부분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위기 상황이지만 목표는 오히려 높여 잡았다. 정 회장은 올해 판매 목표로 역대 최대치(825만대)를 제시했다. 위기와 경쟁 격화가 겹친 상황에서도 정면돌파를 통한 성장을 화두로 내세운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엔 판매목표를 낮춰잡았었다. 특히 정 회장은 "고급차·친환경차 등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자"며 연구개발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제시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우리 앞에 전개되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볼 때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선언했다. 구 회장은 LG그룹이 올해로 70주년을 맞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넘어 영속할 수 있는 토대 구축 △ 사업구조 고도화 가속화 △ 환경변화에 앞선 경영 시스템 혁신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 등 4가지를 핵심 실행목표로 제시했다. 구 회장은 "연구·개발(R&D)은 사업 기회와 성과로의 연결에 매진하고, 제조는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앞장서라"고도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인 변화)'를 2017년의 화두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추진 방식·업무 방식 등 모든 것을 뒤바꾸는 '딥체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구성원 여러분"이라며 "패기로 무장한 딥체인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액션 플랜으로 △사람·조직·회사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경영시스템 업그레이드 △ 사업모델 혁신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또 2017년에는 관계사 등은 물론 더 나아가 사회와 함께 '상보상성(相補相成·서로 도와 더 큰 발전을 이룬다)'하는 한해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새로운 미래 50년을 위한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융합,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메가트랜드로 언급한 뒤 "창의적 시각과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지난해 검찰 수사 이후 직접 약속한 '준법경영'도 강조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갤럭시노트7' 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자는데 신년사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위기를 만든 것도, 극복하는 것도 우리다. 엄중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하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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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기자 / 손일선 기자 / 김동은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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