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밝히자 경제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여론몰이식 구속수사가 적절치 않은 만큼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성명을 통해 "모든 의혹과 관련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통해 잘잘못이 엄정하게 가려지기를 바라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명확히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더욱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이어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구속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총은 사법당국에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다. 경총은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읍소했다.
대한상의도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줄 일이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기업계도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12명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를 생각해 기업인의 수사를 최소화해달라고 특검에 호소했다.
박 회장은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재벌개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한민국의 과제"라면서도 "기업에 대한 광범위하고 큰 조사는 기업인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과 나아가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는데 수사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진행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인 수사 과정에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줄 것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경제적 구조개혁의 기반이 될 것 ▲대기업은 투명경영 실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것 등을 호소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계 총수에 대한 구속수사 확대 등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개별 그룹들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경영 현안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면서 "특검이 한국 경제 상황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우제윤 기자 / 이영욱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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