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는 단 하나다.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다. 언제까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26일 SK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채용과 투자계획을 밝히고 나선 것에 대한 SK그룹 최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평가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와 국내외 대외환경 역시 '시계 제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응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SK그룹은 지난 '파격적 세대교체'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여가고 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현 경영 상황에 대한 냉철한 대응과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의 경영환경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서든데쓰(돌연사)'의 시대"라며 "변화 없이는 SK의 미래도 없다"고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17조원의 투자 중 국내 설비투자만 11조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SK하이닉스(7조원)다.
이날 투자계획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3D 낸드플래시 생산 체제를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D램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나 일본 도시바에 비해 3D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3D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선두업체들과의 격차를 대폭 줄인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이천의 M14공장에 3D낸드플래시 생산 공간을 확보한다. 하반기엔 충북 청주에 중장기 3D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 대응을 위한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4세대(72단) 제품도 개발을 완료하는 대로 양산에 나서겠다고 공개했다. D램분야에선 이천공장에서 공정전환 가속화(20나노 초반급)와 양산(10나노급)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조원을 투자해 화학·자원개발 강화에 나선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을 통해 화석원료원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천명한 상황에서 미국 셰일가스전 등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관련한 투자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3년간 11조원을 투자해 뉴ICT와 5G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 뉴ICT의 경우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등의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먹거리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5G 네트워크 구축이다. SK텔레콤은 3년간 6조를 투자해 네트워크 품질을 개선해 올 하반기 시범서비스에 이어 2020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SK주식회사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주식회사는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했다. SK그룹 전체로도 M&A와 지분투자 등에 4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작년(3조1000억원) 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SK그룹은 올해 대졸신규채용(2100명)을 포함해 총 8200명 고용에 나선다. 전체 규모는 경력직 등을 포함한 규모다. 8200명 채용이 이뤄질 경우 SK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놨다. 반도체 가격 상승 덕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3% 증가하면 역대 최대인 5조35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111.6%)으로 늘어난 1조5361억원으로 5분기 만에 1조원대를 회복했다.
4분기 D램은 서버와 모바일 수요 강세로 전 분기 대비 13% 출하량이 늘었다. 평균판매가격(ASP)은 14%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는 전 분기대비 출하량은 3% 줄었지만 가격이 높은 제품의 판매 증가로 평균판매가격은 14%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업계가 낸드플래시 투자에 집중하면서 D램 투자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는 3D 제품 공급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반기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욱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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