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7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후임 회장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한채 끝났다.
또 이날 이사회에서 전경련은 예산을 전년보다 40% 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된 사회공헌활동을 안하겠다는 것 외에 기본 예산은 거의 작년과 비슷해 참석자들 사이에선 전경련의 상황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사옥에서 열린 비공개 이사회에는 전경련측에서는 허창수 회장와 이승철 부회장이 참석했다. 그러나 10대그룹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서용원 한진 사장이 참석한 것이 유일했다. 재계 오너 중에서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만이 참석했다.
전경련 측은 "SK그룹이 탈퇴하면서 전체 이사회 규모가 100여명 수준"이라며 "위임장을 제외하고도 5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열렸지만 구체적인 논의 등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전경련은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논의 내용에 대해 철저한 함구를 부탁하는 등 과도하도 싶을 정도로 비밀 유지를 강조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후임 회장과 관련해서는 "연례 총회에서 후임 회장과 임원진을 정하록 하자"는 수준에서만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예산과 올해 사업내용 등은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결정을 하지는 못했다. 쇄신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사업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때문이다.
이날 이사회에 제출된 전경련의 올해 예산규모는 235억원으로 전년도 예산에 비해 40%가량이 줄였다. 그러나 이는 전경련 사업의 한 축이던 사회공헌활동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한 결과다.
전경련 예산은 운영비용 등으로 쓰이는 일반회계와 사회공헌활동 중심의 사회협력회계 두 가지로 구성돼있다. 전경련은 올해 부터 사회협력회계를 없앤 것이다. 일반회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마련했다. 이 때문에 이사회 참석 인사들 사이에선 "사회공헌활동만 없애고 기본 활동비를 전혀 줄이지 않은 게 무슨 비상 예산안인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2015년의 경우 일반회계 연간 총 지출은 218억원이었다.
또 예산안은 마련했지만 실제로 회비 등을 통해 235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예산안 등은 2월 중 개최될 총회에서 확정된다. 전경련은 잠정적으로 24일로 정해놓고 있으나 회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 관계자는 "총회까지는 시간이 있어 그 사이에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재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총회 때까지도 후임 회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엔 정관에 따라 회장단중 최연장자(1938년생)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혹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맡게된다.
일각에선 전경련에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총회에서 회장 후보로 추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회원사 추대라는 형태로 손 회장이 맡을 수 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총회를 만일 총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엔 전경련은 회장·부회장 없이 비상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 이 경우 임상혁 전무가 전
[정욱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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