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이사 6명을 새로 선임하기를 요구합니다."
지난 1953년 설립돼 한때 국내 방직산업을 이끌었던 대한방직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에 휩싸였다. 소액주주들이 설범(59)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고 새 이사 6명을 선임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사측이 이에 대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극적 타협이 없는 한 24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잖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방직 소액주주 38명은 지난 13일 설 회장을 업무상 횡령과 차명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 의무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설 회장은 지난 2005년 대구 월배공장을 A사에 861억원에 매각하면서 이와 별도로 개인 리베이트로 39억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고, 이 중 15억원만 받은 상태에서 2009년 검찰에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15억원 추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설 회장이 회사에 15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최근 소액주주들이 밝혀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강기혁 대한방직 소액주주 대표는 "회사 회계장부를 확인해보니 리베이트 금액 15억원이 회사로 입금되지 않아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항의하자 설 회장은 지난 13일 회사에 뒤늦게 15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들은 또 설 회장의 차명계좌 소유도 문제삼고 있다. 설 회장은 임직원 차명으로 대한방직 주식 5만1771주(지분율 4.88%)를 보유한 사실이 국세청 조사 결과 드러나 지난해 8월 이를 밝히고 정정 공시했다. 설 회장이 '지분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감사선임 의결권 제한' 조항을 알면서도 불법적으로 감사선임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강 대표는 "설 회장이 사적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더이상 경영권을 맡길 수 없다"며 "24일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이사 6명 선임과
소액주주측 주장에 대해 사측은 요구사항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방직 관계자는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은 언제든지 협의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의 이사선임 요구는 주총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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