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본 도쿄 인근 찌바현의 대형 쇼핑센터 '이온몰'에서 '농심 신라면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일본 유명 개그맨들이 "우마이(맛있다)"라고 탄성을 지르면서 신라면을 시식하자 현지인들이 몰려들어 제품을 구입했다.
농심재팬은 라면종주국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 2010년부터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펼쳐왔다. 일본식 영어 발음 4(훠)와 10(토오)를 합친 '훠토'가 맵다는 뜻의 영어 '홋토(Hot)' 발음과 비슷하다는데 착안한 '데이 마케팅'이다. 2013년부터는 푸드트럭 '신라면 키친카'를 몰고 일본 열도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7개월간 일본 주요 도시를 누비며 신라면의 매운 맛을 알려왔다. 그동안 이 신라면 전도사가 일본 전역을 누비며 펼친 시식행사는 150여회로 이동거리만 10만km에 달한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약 15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다양한 시식 행사를 비롯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중독성 강한 매운 맛 덕분에 농심재팬은 지난해 매출 3980만 달러(약 453억원)를 올렸다. 이는 2015년 3065만(348억원)보다 30% 늘어난 수치다. 올해 목표는 4700만달러(534억원)로 잡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은 라면 종주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시장"이라며 "일본에 신라면을 처음 수출한 1987년 이후 브랜드 파워를 키워왔으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최근 매출 성장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농심 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 하이트진로 등 국내 식품사들이 일본에서 선전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후폭풍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시장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 때 일본 열도에서 반한 감정으로 매출이 주춤했지만 최근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설빙'도 최근 후쿠오카 번화가 톈진에 2호점을 냈고, 토종 치킨 브랜드 '굽네치킨'은 도쿄 신주쿠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981년 도쿄사무소를 설립한 농심은 한국 라면 브랜드를 일본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대리점을 통해 수출하던 농심은 2002년 판매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하며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초기에 판매망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이후 시식판촉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세웠다. 농심재팬에서 잘 팔리는 제품은 신라면,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너구리, 신라면컵 등이다.
CJ제일제당 음용식초 '쁘띠첼 미초'도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제품. 지난 해 일본 시장점유율 10% 대에 진입했다. 일본이 현미를 발효해서 만든 흑초의 본고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식초를 물에 타먹는 식문화가 발달한 일본 음용식초 시장 규모는 약 900억 원 수준으로 국내의 두 배 이상이다. 쁘띠첼 미초는 2015년 '청포도 미초'와 '그린애플 미초'를 일본에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회사측은 음용식초로 만드는 요거트나 칵테일 등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제안한 덕분에 코스트코 매장 25곳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백설 양념장'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에게 '비비고 K-소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 야끼니꾸 타레(찍거나 발라서 바로 구워먹는 고기소스) 형태로 일본에 수출해 최근 3년 동안 평균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진로 소주도 일본 주당을 사로잡고 있다. 1988년 설립한 진로재팬은 톡 쏘는 소주 맛으로 지난해 매출 1725억원을 올렸다.
국내 프랜차이즈들도 속속 일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빙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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