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위치한 소재연구소 'CJ블로썸파크'. 이 곳 연구원들은 기능성 감미료 '알룰로스' 가격을 설탕 수준으로 낮출 효소를 찾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5년 출시한 알룰로스는 제로(0) 칼로리 감미료. 본래 건포도나 무화과, 밀 등 자연계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당 성분으로 칼로리가 1g당 0.2kcal에 불과하다. 설탕에 가까운 깔끔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설탕(g당 4kcal)의 0.05%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현재 알룰로스는 글로벌 감미료 시장에서 일반 설탕의 5배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이 곳에서 만난 김성보 CJ제일제당 신소재연구센터장(박사)은 "알룰로스 가격을 설탕 수준으로 낮춰야 대중화할 수 있다"며 "좀 더 수율(원재료 투입 대비 제품 생산 비율)을 높일 효소를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효소 찾기는 '하늘 별 따기'에 비유할 수 있다. 2015년 대량생산에 필요한 고효율 효소를 찾는데도 4년이나 걸렸다. 2007년부터 4년간 5000종 이상의 균주를 대상으로 선별작업을 거쳐 알룰로스 상용화에 필요한 효소를 개발했다.
김 센터장은 "지구상에 셀 수 없이 수많은 효소가 있기 때문에 많이 찾고 노력할 수록 좋은 효소 균주를 발견할 수 있다"며 "감미료 제조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열(熱)에 잘 견디는 좋은 효소를 찾아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온천지역을 돌아다니며 효소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효소 발굴은 투입시간에 비례하는 탓에 그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자정을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 혼신을 다한 연구 덕분에 세계 최초로 화학적 공법이 아니라 효소를 활용해 알룰로스를 대량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김 센터장은 "현미경을 통해 보던 알룰로스가 대량생산됐을 때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며 "공장 설비에서 막 쏟아져 나온 흰색 가루 형태 알룰로스는 뜨끈해서 정말 맛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 몸 안에는 희소당인 알룰로스를 포도당으로 전환시키는 효소가 없다. 몸에 흡수되지 못해 열량이 없다. 반면 기원전부터 인류가 섭취해온 설탕을 에너지원으로 흡수하는 효소는 인류의 DNA에 저장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알룰로스에 체지방 감소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최명숙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12주간 알룰로스를 섭취하면 체지방이 감소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체지방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14g의 알룰로스를 섭취한 실험군의 체중이 평균1.3kg 감소했으며 체지방은 평균1.1kg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건강한 단맛을 내는 알룰로스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미국 기능성소재 전문 유통업체인 앤더슨글로벌그룹에 수출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미국 퀘스트 뉴트리션사가 CJ제일제당 알룰로스를 활용해 기존 제품 대비 칼로리를 낮춘 뉴트리션 바(에너지 바)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뉴트리션 바 전문 업체인 제노바도 이 알룰로스를 주요 감미료로 사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에너지 바 외에도 과자류, 초콜릿, 단백질 보충제 등 체중조절용 식품 뿐만 아니라 향후 잼, 소스, 아이스크림 등에 알룰로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감미료 시장은 35억 달러(3조9000억 원)로 추정된다.
김 센터장은 "선진국일 수록 칼로리 과잉 문제가 많아 기능성 감미료에 관심이 많다"며 "CJ그룹이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알룰로스 등 기능성 감미료 개발을 본격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을 생산한 CJ
[수원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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