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방위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기 중 연구·개발(R&D) 투자를 두 배 넘게 늘린다. 첨단 무기 전력화 등에 조 단위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이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신기술 개발을 돕기 위한 정책 자금 지원 규모도 두 배 키운다. 방산비리 근절을 통해 군 예산 누수를 막으면서 민-군 협력을 통해 국방 기술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군 복무 중 대학 학점 이수 지원 대상을 전 장병으로 확대하고, 월급도 대통령 공약대로 올리는 등 사병 복지 증진도 재정을 동원해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 정부·여당 "국방R&D 예산, 임기 중 2배 이상 증액"
2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재정부·국방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국방 분야 R&D 투자를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통해 첨단 무기 전력화와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예산을 현행 4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늘리는 게 골자다. 장기적으로는 가칭 '국방R&D진흥법'을 제정하고, 이 분야 예산의 편성과 집행, 결과물 활용 등을 종합 점검하는 체계도 새로 정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방중기계획'과 합치하는 것으로 군 당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238조원을 투입해 킬 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간과 협업하는 국방 R&D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방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성장사다리 지원금을 현재 5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증액해 국가 기술을 민간에 이양해 폭넓게 활용하고, 민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기술도 국가가 흡수할 수 있는 체계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이는 국방 R&D로 획득한 지식재산권을 민간에 넘겨주는 미국식 민군 융합 촉진 모델을 벤치마크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에서도 대선 과정에서 '정부R&D 예산 중 국방R&D 예산을 늘려 첨단 연구개발 기관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국회 협조를 얻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이 같은 국방 R&D 중시 기조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대거 증액했고 무기 도입 업무만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을 2007년 출범시키기도 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부여됐던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한국군이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방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선결 조건이었다. 이에 정부 예산을 국방R&D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시 예산을 보면 정부 재정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14.8%에서 2004년에는 15.8%로 1%포인트나 뛰었다. 참여정부 내내 15%대를 유지했지만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국방비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대로 떨어졌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듬해인 2011년에야 다시 15.0%로 올랐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14%대로 내려갔다.
◆ 군에서 학점 따기 더 쉬워지고 병사 월급도 약속대로 오른다
군 복무 중에 대학 학점을 취득하는 '원격강좌 학점이수제'도 전 장병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된다. 국방부 등 관련 부처는 이 제도에 동참하는 대학을 현행 134곳에서 서울·수도권을 포함해 4년제 및 2~3년제 등 400개 가까이 되는 전국의 모든 대학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강좌 학점이수제는 병사들이 일과 후 대학에서 개설한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는 제도로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처음 시행됐다. 이후 꾸준히 확대돼 지금은 학기당 6학점, 연간 12학점까지 들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사병 월급 인상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군과 예산 당국은 공약대로 장병 급여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30%, 40%, 50%까지 연차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 부처는 이를 위한 소요 예산 추계도 마쳤다. 사병 수가 해마다 조금씩 감소함에 따라 내년 7904억원, 2019년 4627억원, 2020년에는 4155억원으로 추가 소요 재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국방부는 2012년부터 병사 월급 인상 계획에 착수해 올해 마무리한 바 있다. 병장 기준으로 2012년 10만 8000원이던 월급은 올해는 21만 6000원으로 두 배 올랐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라 내년에 최저임금 30%까지 병사 월급이 오를 경우 병장 월급은 28만 7000원으로 훌쩍 높아진다.
정부와 여당은 병사 월급 인상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사병 봉급을 10만원가량 올린
2017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으로는 135만2230원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공약인 만큼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조시영 기자 / 안두원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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