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통화가치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원화가 고평가 됐던 기간에 도리어 흑자폭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을 반박할 근거로 주목된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실질균형환율의 추정과 경상수지와 관계' 보고서를 통해 200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생산성과 교역조건, 실질금리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실질균형환율'을 추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원화가치 변동을 분석했다. 가령 원화의 실질가치를 나타내는 실질환율이 실질균형환율보다 높으면 원화가 고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지난 15년간 원화가치는 크게 총 여섯 차례 변동했는데, 2002년 1분기~2004년 4분기 동안 최대 7.4% 저평가됐다가 2008년 3분기까지는 고평가되는 등 기간별로 등락을 반복했다.
이를 토대로 통화가치와 경상수지 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상수지 흑자는 2011년 이후 통화가치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화가치가 하락이 경상수지 흑자를 촉진한다는 통념과 달리 원화가 고평가됐던 2012년 4분기∼2015년 2분기에는 경상수지 흑자율이 오히려 더 가파라졌다. 보고서는 "경상수지 구성 항목에서 상품 수입이 원화가치보다는 국내 내수의 구조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의 순저축률이 높아지고 국내 총투자율은 하락하는 등 소비·투자의 부진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인위적인 원화가치 약세를 통해 막대한 경상흑자를 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미국 재무부의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유승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계속되더라도 원화가치의 인위적 조정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수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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