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연구원이 가위로 유전자 일부를 잘라내는 모습을 가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효소를 사용해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다. [사진 제공 = 네이처] |
이처럼 중국의 '바이오 굴기' 행보엔 거침이 없지만 한국은 각종 규제 탓에 연구 시험에 제동이 걸리며 뒤처지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되면서 DNA 교정이 더욱 용이해졌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적용 가능해 병충해에 강한 작물 재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CRISPR Cas9)'은 기존 1세대(징크핑커 뉴클레아제·ZFN)와 2세대(탈렌·TALEN)와 달리 사람 몸에서 꺼낸 세포 속 유전자를 교정해 다시 집어넣거나 직접 몸에 들어가 유전자를 치료하는 등 빠르고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중국의 경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다양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돼지의 근육발달 억제 유전자를 잘라내 근육량을 크게 키운 개량돼지를 만들었고 지난 2015년 4월에는 인간 배아에서 빈혈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4월 판 용 중국 광저우의대 박사팀은 인간 배아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내성 배아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물론 중국의 이 같은 '광폭' 실험 행보는 관대한 규정 아래 시험을 용인하는 정부 전략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 많다. 따라서 그 실험 결과가 인간윤리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실제 과학적 성과로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 분야는 최근 각광 받는 과학기술이어서 특허권을 둘러싼 분쟁이 심할 정도로 각국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 분야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은 임상시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중국 등 외국 성과들만 두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3세대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은 한국 기업 툴젠을 비롯해 모두 4곳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생명윤리법 등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내에선 유전자 치료 대상이 유전질환이나 에이즈 등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에 한해서만 진행된다. 특히 배아 관련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성과를 내려 해도 연구 목적으로 진행되는 배아의 유전자 치료는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규제뿐 아니라 유전자 가위 치료 자체를 바라보는 인식 또한 국내 연구자들의 사기를 꺾는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적용된다. 특정 작물에서 인체에 해로운 트랜스지방을 유전자 가위로써 잘라내면 몸에 좋은 작물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기초과학연구원은 DNA 효소를 사용하지 않고 신형 유전자 가위만을 이용해 대두와 야생담배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러면 혈압 저하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기능의 올레산 함량이 올라가 몸에 좋은 대두가 탄생하게 된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김상규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은 "현재 유전자 가위 기술이 식물에 쓰일 경우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이라고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동물에 대한 유전자 가위 실험은 그 결과가 주목 받을 수 있지만 규제 때문에 진행되기 어렵고, 반대로 식물에 대한 실험은 실행하기는 쉬운데 결과물로 나오면 그처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에 앞서 한국이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했던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중국에 역전 당한 지 오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줄기세포에 관한 한국과 중국의 신규 임상연구 건수는 2014년 각각 5건으로 동일했지만 2015년 중국이 11건으로 한국(10건)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중국 8건, 한국 5건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중국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은 올해 안에 파킨슨병 환자의 두개골을 열어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한 400만개 미성숙 신경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하 중국 내 첫 임상시험이자 파킨슨병 환자 대상 시험이 세계 최초로 이뤄지는 셈이다.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규제 탓에 제대로 된 임상 연구가 진행되지 않으면 괄목한 만한 성과를 얻기는 당연히 어려워진다"며 "결국 선진국 연구 결과만 쫓아가는 형국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예산 규모에 있어서도 중국은 한국을 크게 앞지른다. 2015년 기준 2조3000억원을 웃도는 한국 바이오 R&D 예산에 비해 중국은 지난 2009년 2조원을
[서진우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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