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영상지도 제작업체인 (주)공간정보에서 일하는 허정주 부장의 직업은 드론 조종사와 3D 영상 분석가다. 우선 드론에 탑재된 소프트웨어에 사전 비행경로를 설정하고, 손으로 띄워 이륙시킨다. 드론이 1시간 정도 비행으로 촬영하는 면적은 무려 330만㎡(100만평)에 달한다. 허 부장은 복귀한 드론에서 얻은 정보를 전문 소프트웨어를 통해 분석하고 3D 영상지도를 제작하는데 활용한다. 허 부장은 "드론은 무궁무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보물"이라며 "예를 들어 '드론+촬영'처럼 기술을 융·복합한다면 더 큰 일자리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말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강현수 씨는 직업을 바꿔 지금은 농업·방제용 드론을 조종한다. 약 12ha에 달하는 논에 제초제를 뿌리는데 사람이 농약살포기를 등에 메고 할 경우 꼬박 사흘이 걸리지만 드론은 불과 5시간만에 해결한다. 강씨가 받은 일당은 70만원. 강씨는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2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며 "수입이 과거 회사원 시절보다 3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5년 이내 일자리가 20억개 소멸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대신할 직업 창출 기술로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무인자동차 △드론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현재 드론은 주로 농업·방제용과 촬영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택배 등 상업용 드론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수많은 새 직업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 조종사는 기본이다. 물론 드론을 용도에 따라 분류하고 인증하는 드론 표준인증 전문가, 드론 정보분석 전문가, 그리고 드론이 이동할 때 다른 비행체와 충돌하지 않게 관리하는 드론 교통정보 분석가 등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미래 직업인 '듣보잡(Job)'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30일 매일경제신문과 딜로이트컨설팅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新) 유망직업'을 선정한 결과, 60개의 듣보잡이 미래 일자리 창출 보고(寶庫)로 추천됐다.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많은 기존 직업들이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직업 또한 많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인간(Human) △가정(Home) △도시(City) △공장(Factory) △이동성(Mobility) △첨단소재·기술(Enabler) 등 6대 플랫폼에서 창출되는 다양한 상품·서비스·비즈니스 아이템을 바탕으로 여기에 필요한 미래 직업들이 선정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듣보잡의 특징은 빠른 기술개발 속도에 맞춰 첨단 연구개발(R&D) 능력을 필요로 하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풍부한 인간적 감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 플랫폼에서는 스마트 병원, 3D 바이오 프린팅, 스마트 학교(교육) 등이 미래 신산업으로 꼽힌다. 이 때 유망한 듣보잡은 생체로봇 외과의사, 원격진료 코디네이터, 가상현실 교육 전문가 등이다. 도시 플랫폼에서는 생활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스마트 재난 대응 전문가, 지능형 범죄정보 분석가, 범죄예방환경 전문가 등 직업이 새롭게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앞서 매일경제신문과 딜로이트컨설팅은 지난 4월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냐에 따라 2025년 기준 일자리가 최대 164만개 감소하거나 최대 68만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5년을 4차 산업혁명 시대 듣보잡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과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듣보잡을 '빠르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신산업에 대한 규제 타파를 통해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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