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
"우와! 오픈카다. 아저씨 한번 태워주세요" 솔밭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다가와서 조른다. "바쁘다(얘들은 가라!)"
"마세라티 아닌가요? 멋진데요! 좀 살펴봐도 되나요?" 얼굴이 시커멓게 탄 청년이 와서 입맛 다시며 부탁한다. "촬영 중이라 곤란합니다(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는 가는 곳마다 '관종(관심종자)'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란 카브리오는 여름 바닷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섹시한 오픈카다. 게다가 웬만한 오픈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이탈리아 하이퍼포먼스 럭셔리 카브리올레다. 기본 모델 가격만 2억4000만원에 달한다.
↑ 태안 해안도로 [사진제공 = 태안군청] |
태(泰)는 크다, 넉넉하다, 편안하고 자유롭다, 통하다는 뜻을 지닌 한자다. 말 그대로 태안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 땅'이라는 의미다. 여유·자유·해방·일탈을 상징하는 자동차인 오픈카와 궁합이 잘 맞는 지명이다.
또 태안 곳곳에는 여름 성수기에도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 숨어있다.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태안 해안도로도 그란 카브리오에는 제격이다.
태안이 있는 서해안에서는 그란 카브리오의 고향인 지중해(地中海) 느낌도 난다. 양쪽이 육지인 서해는 한국의 지중해다. 경관이 수려하고 모래도 깨끗하며 물도 맑아 지중해 부럽지 않은 매력을 갖췄다.
↑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
그란 카브리오를 처음 만난 장소는 마세라티 한남전시장. 실물로는 처음 본 그란 카브리오는 한 번 보면 잊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외모를 지녔다.
얼핏 보면 지중해를 항해하는 요트를 닮았다. 요트처럼 유선형의 매끄러운 외관을 지녔다. 뒷좌석 데크 부분은 요트 갑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찬찬히 살펴보면 요트보다는 상어에 가깝다. 하얀 유선형 차체, 날카로운 헤드램프, 맹수의 이빨과 비슷한 음각 타입 세로바 라디에이터 그릴, 아가미를 닯은 사이드 에어홀은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죠스' 백상아리를 연상시켰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에는 마세라티 엠블럼인 삼지창이 떡 하니 자리잡았다. 삼지창은 바다의 신 넵투누스(포세이돈)의 상징이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시트다. 스포츠카는 물론 오픈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잠시 당황했다. 시동 버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란 카브리오는 키를 꽂아 돌리는 클래식한 시동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USB 포트도 없었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려면 12V 아웃렛을 사용해야 한다.
4인승으로 뒷좌석에도 성인이 탈 수 있다. 그러나 무릎 공간이 좁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트렁크 공간도 노트북 배낭 2개를 가로로 넣으면 꽉 찰 수준이다.
↑ 바람아래 해수욕장[사진제공 = 태안군청] |
천 소재로 된 지붕인 소프트 톱을 여닫을 수 있는 버튼은 기어봉 옆에 있다. 톱을 열려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바쁜 출근길에 남자 둘이서 지붕을 열고 꽉 막힌 도심을 운행하는 것은 솔직히 용기를 필요로 했다.
키를 돌려 시동을 켜자 바쁜 출근길에 근처를 종종 걸음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봤다. "부아앙"하며 내뿜는 허스키한 굉음 때문이다.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가진 테너의 거장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반했다는 예술적인 사운드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우앙~" 소리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기분도 덩달아 '업'된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도심을 빠져나갔다.
↑ 구름포 해수욕장[사진제공=태안군청] |
목줄 풀린 맹견처럼 맹렬히 질주하기에 잠시 두려웠지만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 페달을 밟은 발에 정확히 반응하는 차체에 두려움은 곧 카타르시스로 치환됐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어김없이 포효하는 배기음은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4.7ℓ V8 엔진과 ZF 6단 자동변속기가 만들어내는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53kg.m은 마력(馬力)이 아닌 마력(魔力)이었다.
고속도로에서 그란 카브리오의 열정을 맛봤다면 태안에서는 여유를 만끽했다. 드라이브 명소인 태안 해안관광로에 접어든 뒤 잠시 길가에 멈춰 지붕을 열었다. 지붕을 열 때는 원터치 방식이 아니라 버튼을 계속 눌러야 한다.
불편했다. 그러나 지붕이 젖혀지는 장면은 고혹적이었다. 약간의 불편과 살짝 더디게 젖혀지는 모습이 오히려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날 쉽게 보지마라는 밀당에 연예기분도 느껴졌다. 그냥 평범한 오픈카가 아니라 위대한(GRAN) 오픈카니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하라는 이태리 럭셔리카의 도도함도 엿보였다.
↑ 파도리 해수욕장[사진제공 = 태안군청] |
바닷가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는 도로는 여름 성수기에도 한산한 편이다. 달리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은 해방감을 선사한다. 바다를 가로막은 소나무 숲도 눈을 맑게 해준다. 바다·송림과 어우러진 그란 카브리오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의 쾌감을 증폭시키는 '삼위일체'다.
해안관광로가 일탈의 쾌감을 제공하는 드라이브 코스라면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77번 국도 안면도 소나무길(안면송길)은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해주는 힐링 드라이브 명소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베스트 10'에도 포함됐다.
태안군 고남면에서 안면읍으로 이어지는 20km 남짓한 안면도 소나무길을 달리다보면 수령이 100년에 달하는 소나무들이 선사하는 솔향에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촬영 협조 : 마세라티, 태안군청, 레저토피아 지오랜드)
↑ 갈음이 해수욕장[사진제공=태안군청] |
태안에는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30곳에 달한다. 해수욕장 대부분은 해안도로와 이어졌다. 해수욕장들은 갯벌, 모래, 자갈 등으로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바닷가를 둘러싼 송림은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과 삼림욕 못지않은 피톤치드로 힐링을 선사한다.
태안을 유명하게 만든 해수욕장은 만리포와 꽃지다.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태안 사람들은 두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 이 중 샛별·갈음이·파도리 해수욕장은 여름 성수기에도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한가로운 여유를 맛볼 수 있다.
1. 파도리 해수욕장 : 만리포해수욕장 남쪽에 있다. 아주 작고 예쁜 해옥들로 유명하다. 하얀 모래와 해옥으로 이뤄진 해변은 지압 효과를 제공한다. 바다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백사장 길이는 1km이고 폭은 30m다.
2. 갈음이 해수욕장 : 70년 후반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가 90년대 중반에 군사보호지역에서 해제됐다. 모래가 곱고 희다. 조개를 캘 수 있고, 근처 갯바위에서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울창한 자연 송림에서 야영하기도 좋다. 백사장 길이는 245m, 폭은 50m다.
3. 샛별 해수욕장 : 해수욕장으로 개장한 지 오래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다. 해변에는 파도에 밀려온 조약돌이 가득하다. 맑고 깨끗한 푸른 바닷물은 동해를 연상시킨다. 백사장 길이는 700m, 폭은 50m다.
◆오픈카, 종류도 성격도 각양각색
국내에서 뚜껑이 열리는 차를 모두 오픈카라고 통칭하지만 정식 이름은 제각각이다. 지붕을 연다는 뜻의 오픈카는 사실 콩글리시다. 정식 명칭이 따로 있다. 그 명칭도 종류에 따라 제각각이다. 오픈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컨버터블,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스파이더, 드롭헤드 등이 오픈카에 해당한다. 이들 모델은 차 지붕이 열린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그 유래를 달리한다. 가장 오래된 형태의 오픈카는 로드스터다. 차를 설계할 때부터 고정된 지붕이 없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로드스터의 원형은 1930년대 레이싱카에서 볼 수 있다. 좌우측에 유리창이 없고 앞 유리창도 따로 제작돼 차체에 장착된 구조다. 오늘날의 로드스터는 실용성을 감안해 측면 유리창과 소프트 톱 또는 하드 톱을 얹었다.
최근에는 뚜껑이 없고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로드스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영국에서는 미국처럼 로드스터, 프랑스에서는 카브리올레라고 일컫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드스터를 스파이더로 부리기도 한다. 스파이더라는 이름의 유래는 거미처럼 낮게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로드스터 차체에 지붕을 얹은 모습이 거미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컨버터블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오픈카 명칭이다. 자동 또는 수동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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