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근마저 불가능한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습니다"
윤갑한 현대차 울산공장장(사장)이 지난 18일 울산 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벌어진 제24차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이례적으로 노조를 향해 현재의 위기의식에 공감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윤 사장 발언에는 현대차가 직면한 위기가 창사 이래 최악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난 데에다가 상반기 영업이익이 16.4%나 감소했다.
이날 윤 사장은 올해 노조의 임금 요구 수준을 무리한 것으로 규정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와 같은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액으로 기본급 월 15만4883원, 순이익 30%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한 상태다. 이를 총 연봉 상승액으로 계산하면 1인당 3000만원 수준이다.
현대차의 지난 해 말 1인 평균 급여는 9400만원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윤 사장은 "현대차의 노무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경영진이 이처럼 노조에 읍소하게 된 것은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특근도 필요 없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사장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문제와 중국차의 국내시장 진출, 남북한 경색 상황으로 인한 해외 투자심리와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 어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경영난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윤 사장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근로시간 제한, 통상임금 문제,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와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지속되는 노사 갈등이 회사의 4차 산업혁명에도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020년까지 이런 위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리에게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누구의 책임인지 공방하기 전에 노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21일 부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4차례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다. 21일 파업까지 총 5차례의 쟁의행위에 따른 생산차질은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제23차 임단협 교섭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임금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호봉승급분(4만2879원)외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에 노조는 "조합원이 납득할 수준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가 현대차가 회복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대차의 완전 신차들이 본격 판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달 브랜드 최초 소형 SUV인 코나를 출시한 바 있으며, 다음 달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볼륨 모델 G70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노사 갈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 지난 달 현대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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