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안드로이드OS는 한국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주고 있는 것일까?
구글코리아는 22일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지난 2010년 국내 안드로이드 기기가 처음 출시된 이후 최초로 안드로이드의 경제 효과를 정량화해 분석한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 업체인 알파베타(AlphaBeta)가 구글의 의뢰로 진행한 이 보고서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특화해 경제적 가치를 계산했다. 알파베타는 한국 외에 대만, 일본 등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구글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와 제재가 예고된 한국에서 구글이 선제적으로 "근거에 기반한 토론을 하자"고 선언한 모양새가 됐다.
특히 공정위의 구글에 대한 제제 논리가 설득력있는 모양새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학계, 법조계의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구글의 이런 '반격'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한국에서 향후 진행될 구글-공정위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됐다. 보고서 내용을 상세하게 뜯어 보았다.
◆ 소비자들, 연간 4조5000억원의 후생증가 누려
'알파베타'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연간 총 4.5조원(4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누리고 있다고 조사했다. 이는 GDP에 포함되지 않는 수치다. 연구진은 지난해 400여명의 한국인들에게 "얼마의 통신비를 지원해 드리면 안드로이드에서 다른 OS로 갈아타겠는가"라는 질문을 설문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효용을 느끼고 있는지를 파악한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 1인당 연간 15만2000원에서 15만7000원 정도의 통신비 지원이 나오면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이 수치를 안드로이드 사용자 수 (3000만명)에 곱해서 한국 소비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4조5000억원 정도로 계산했다.
↑ [사진 출처 : 구글] |
◆ 기업들, 독자 OS 구축하는 것에 비해 100만일 시간 절감
삼성, LG 등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들은 안드로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었다. 만일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보고서는 이런 가정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가 기업에 제공한 경제적 가치를 계산했다. 그 결과 일회적으로 OS를 개발하는데 100만 영업일 정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계산했다. 이는 약 3000년 정도 되는 시간인데 각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의 개발팀들이 독자적으로 OS를 개발했을 경우 투입되는 일인당 시간을 합산한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안드로이드OS의 소스코드를 작성하는데 들어간 시간만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삼성이나 LG가 독자 OS를 개발하기만 하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이번 보고서 연구의 메인 저자인 콘스탄틴 매티스 알파베타 컨설턴트는 "그런 의미에서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OS를 개발한 이후 테스트, 유지보수, 업데이트 등에 소요되는 시간은 연간 7만 4000시간 정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계산했다.
앱 개발자의 경우에도 안드로이드를 통해 앱 당 개발시간의 30%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개발된 6000개 이상의 앱에 대해 170억원(1500만 달러)에서 최대 850억원(7500만 달러)까지 비용이 절감됐다고 분석했다. 또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 때문에 전 세계 190여개 국가의 10억명 사용자들에게 동시에 앱을 노출시킬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있으나 이는 이번 계산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국내 앱 중에서 글로벌하게 활용되는 경우는 카카오, 라인을 비롯해 몇몇 게임들이 있지만 해외매출이 많거나 국내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해외에서 다운받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보고서는 또 기업들이 안드로이드로 인해 본 혜택 중 하나로 통신사들의 매출증대를 꼽았다.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스마트폰 기기의 보급이 지금처럼 폭발적이지 못했을 것이며 국내 데이터 트래픽 수요가 지금처럼 증가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2011년 이후 통신사의 데이터 트래픽이 매년 60% 성장하는 등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익 신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2011~2015년 동안 한국에서 순수히 안드로이드 덕분에 최소 1600만에서 최대 3100만명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탔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 스마트폰 가입자는 700만명이었고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400만~1800만명이 스마트폰에 추가 가입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2015년 실제 가입자는 4200만명이었기 때문에 1600만~3100만 명이 안드로이드 덕분에 순증한 스마트폰 가입자 수라는 추정이다.
보고서는 안드로이드가 2010년 이후 5년간 한국 연간 GDP가 최대 0.27%p(약 17조원(150억달러)) 성장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0~2015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평균치 3.55%의 0.27%포인트는 안드로이드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이 계산방법은 무선인터넷이 GDP 상승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조사한 과거 논문의 분석방법을 끌어와서 적용한 것이다. GSMA는 지난 2012년 3G/4G의 보급률이 10% 증가하면 인당 GDP가 0.1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보고서는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곧바로 3G나 4G를 사용한다고 보고 GDP에 기여하는 효과를 계산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12만 5000개의 국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추정 방식은 이렇다. 먼저 인디드(indeed.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한국 내에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에 대한 구인건수를 파악했다. 그리고 ICT 전체 구인건수도 동시에 파악했다. 그런 다음 한국에서 일하는 전체 ICT 직원수를 안드로이드 구인건수와 ICT 구인건수 비율에 곱해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의 전체 규모를 추정했다. 그 수치는 약 4만명 정도다. 안드로이드 앱이 시장에 나오려면 개발 뿐만 아니라 마케팅, 홍보, 행정지원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보고서는 이런 인력들은 약 8만 5000명 정도로 추산했다. 다른 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산정되는 개발자-행정지원 인력의 비율을 4만명이라는 숫자에 곱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안드로이드가 간접 지원하는 OEM 일자리가 삼성전자의 경우 8000개, LG전자의 경우 4000개 정도 된다고 추정했다.
매티스 컨설턴트는 "대만,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발표하지는 않았다"며 "발표가 이뤄질지, 한다면 언제할지 등은 모두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왜 이런 조사를 우선적으로 발표했는지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구글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여론이 비등하면서 이를 설득하기 위한 근거 확보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발표는 공정위의 구글에 대한 조사와 미묘하게 맞닿아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에 선탑재한 부분에 대해 들여다 보는 중이다. 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구글이 소비자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있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부분도 조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보고서 발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반격 성격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매티스 컨설턴트는 "경쟁당국을 의식한 보고서는 아니다"며 "안드로이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사실과 근거를 가지고 인터넷 산업의 미래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 콘스탄틴 매티스, 알파베타 컨설턴트 |
안드로이드가 열린 생태계이며 사용자들이 이를 이용해 맞춤형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 실제로 안드로이드가 라이센스 비용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은 각국의 경쟁당국들이 섣불리 구글을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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