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한 의약품이나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필수의약품을 공급할 '공공제약사' 설립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부처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되는데다 제약업계에서는 민간시장에 대한 과도한 침해와 약가 규제를 가져와 4차 산업혁명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는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및 관리를 위한 공공제약 컨트롤타워 도입 세부 실행방안 연구'를 맡은 목원대 권혜영 의생명보건학부 교수와 함께 연구 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연구 기간은 올 11월말까지이며, 12월 중으로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권 교수는 "연구 용역은 필수의약품의 정의와 기준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책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체계, 의약품 유통, 약국·병원에 공급수급, 환자의 경제적 수준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한 뒤, 국민에게 최적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공공제약사 설립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에는 국가필수의약품이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의약품 생산 인프라를 통해 위탁생산하거나 '공공제약사'를 통해 국가필수의약품을 생산·공급하도록 했다.
공공제약사는 민간제약사가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시장에 필요한 의약품의 개발과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동안(2010년~2017년 8월)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은 모두 586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공급이 중단된 약품은 250건(42.75)에 달했다.
문제는 수익성 이유로 공급 중단된 약품들이 환자들에게 필수의약품이라는 점이다. 칼륨부족으로 근육이 마비되는 희귀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케이콘틴'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세 차례(2009·2014·2016년)나 판매가 중단돼 당시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자기 항체와 면역세포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희귀질환에 처방되는 '댑손'은 원래 한센병(나병) 치료에 쓰이는 일종의 항생제이나 혈관염, 면역세포 관련 질환 등에도 약효를 보여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되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해오던 태극제약이 지난해 초 국내 생산과 공급을 중단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됐더라도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하면 뾰족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실제로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 250개 품목 중 퇴장방지의약품도 15개에 달한다. 권미혁 의원은 "식약처가 지난해 예산 6억 원을 확보해 필수의약품을 위탁생산하려 했으나, 제약사측에서 수익성 문제로 난색을 표명했다"며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메르스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공제약사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근거로 공공제약사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에서도 신중히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 공공제약사 설립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립될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복입법 소지가 있다"며 "식약처가 필수의약품의 자급기반 구축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존 200여개 국내 제약사 시설을 활용한 위탁제조 방식보다 공공제약사 설립이 비용·효과·관리 등 종합적 측면에서 더 나은 대안인지에 대해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무총리 역시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 설치안에 대해 "유사업무 협의 체계의 다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수용 곤란의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제약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공제약사가 아니라 민간제약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노년층 무료 접종 백신이나 보건소 공급 약품 등 공공조달 의약품 시장에서 공공제약사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선진기술 도입이나 신약 개발 등의 R&D 투자비용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제약산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공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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