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
벨라는 랜드로버가 만든 럭셔리 중형 SUV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에 위치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지프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 나온 뒤 영국을 대표하는 오프로더로 성장한 랜드로버가 온로드를 점령하기 위해 내놓은 레인지로버의 최신판이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랜드로버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아령'으로 쓸 만큼 무겁고 디자인도 군용 무전기를 닮았던 휴대폰인 모토로라 마이크로택 이 날렵하고 가벼운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과 닮았다.
전체 이미지는 한 눈에 레인지로버 패밀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클램쉘(조개 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은 보닛, 벌집 패턴으로 구성된 폭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 기하학적 무늬를 넣은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등 전반적 이미지는 형제 모델들과 비슷하면서도 디테일에서 차이나 다른 느낌을 준다.
차체 옆을 가로지르는 선으로 강렬한 인상과 입체감을 추구한 형제 모델들과 달리 선 사용을 자제해 깔끔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매끈하게 솟은 웨이스트 라인,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 라인, 뒤로 가며 지붕 높이가 낮아지는 실루엣은 역동적이다.
뒤에서 보면 날렵한 리어램프와 함께 오프로드 이탈각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 하체를 위로 올린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온로드를 지향했지만 오프로더 랜드로버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다만, 매끈하고 깔끔한 매력은 훼손됐다.
전장x전폭x전고는 4803x1930x1665mm, 휠베이스는 2874mm로 이보크(2660mm)보다 길다. 프런트 오버행(전후의 차축 중심선으로부터 차량 맨 앞부분까지 거리)은 짧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은 스포티한 이미지를 준다.
도어 손잡이가 주행 중 차체 속으로 사라지는 자동 전개식 플러시 도어 핸들을 채택했다. '감추다', '장막'이라는 뜻의 라틴어 벨라(Velare)에서 유래한 차명에 어울리는 기능이다. 벨라는 랜드로버가 1969년 레인지로버를 선보이기 위해 26대만 제작한 프로토타입 개발명이기도 하다.
실내는 문을 여는 순간 환해지면서 미래형 차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밝은 아이보리 컬러 윈저 가죽 시트,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연상시키는 다이아몬드 패턴을 갖춘 아이보리 컬러 마감재 덕분이다.
버튼 대신 터치 방식을 적용한 터치스크린 2대도 센터페시아 위아래에 있다. 콘솔에는 USB 포트 2개, HDMI MHL 포트 1개, 12V 아울렛이 1개 등이 있다.
옵션으로 고무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키도 있다. 액티비티 키를 착용한 뒤 테일게이트에 있는 배지 가까이 다가가면 차량이 잠긴다.
애플이나 삼성이 SUV를 만든다면 실내는 이렇게 구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마트한 이미지다.
수납공간도 다양하게 갖췄다. 앞 좌석 센터 암레스트 하부에는 4ℓ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다. 글로브박스는 7.5ℓ 용량이다. 도어 하단에도 750mℓ 병을 넣을 수 있는 깊고 넓은 공간이 있다.
뒷좌석은 40:20:40 비율로 분할됐다. 스키 플랩이 설치돼 스키, 골프백 등 길이가 긴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558ℓ이고 뒷좌석을 접으면 1731ℓ까지 용량이 커진다. 테일게이트는 '킥 모션'으로 쉽게 여닫을 수 있다. 양손에 물건을 들었을 때 쓸모있는 기능이다.
↑ [사진제공 = 랜드로버] |
운전석에 앉으면 상단 모니터가 30도 정도 기울어져 시인성이 좋아진다. 앞쪽 시야는 SUV치고는 다소 좁다. 보닛과 만나는 A필러가 다소 두꺼운 형태로 비스듬하게 자리잡은데다, 보닛이 대시보드 위쪽으로 살짝 솟아난 듯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은 크다. 그립감은 우수하다. 오목하게 자리잡은 크롬 테두리는 엄지 손가락에 밀착감을 제공한다. 스티어링휠에는 터치와 버튼으로 작동으로 트윈 다이얼이 있다. 그 사이로 계기판 역할을 하는 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까맣던 디스플레이에 천연색 그래픽이 나타난다. 도어 트림에도 간접조명이 켜진다.
터치스크린은 반응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무난하다. 지문이 많이 묻는 것은 단점이다. 깔끔했던 이미지를 훼손한다.
변속 레버는 로터리 방식이다. 다이얼을 돌려 변속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랜드로버의 자랑인 전자동지형반응시스템도 갖췄다. 변속 모드처럼 다이얼을 돌려 다이내믹, 컴포트, 잔디·눈, 진흙, 모래, 오토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터치 방식으로 모드를 고를 수도 있다.
엔진소리는 적다. 오토 모드에서 저·중속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반응속도가 빠르지만 세단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소음·진동도 적다. 괴력을 발산하는 가솔린 터보 엔진이라는 사실을 꼭꼭 숨긴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뒤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그동안 감춰놨던 괴력을 본격적으로 내뿜는다. 발의 움직임과 세기에 즉각 반응하면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은 물론 지치지 않고 속도를 높인다. 몸으로 체감하는 속도보다 계기판에 표시된 실제 속도가 매우 높다. 가속할 땐 엔진소리가 터보엔진치고는 나지막하니 울려퍼진다. 고속 주행할 때도 바람소리는 크지 않은 편이다.
공기저항계수는 0.32. 랜드로버 SUV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바람 영향을 줄여주는 자동 전개식 플러시 도어 핸들 등이 한몫했다.
↑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
더블 위스본 전륜 서스펜션과 인테그럴 링크 후륜 서스펜션은 높은 비틀림 강성을 갖춰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날렵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운전 편의사양은 아쉽다. 웬만한 고급차는 모두 선택하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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