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X(아이폰 텐)'을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소재 애플 신사옥에서 공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를 기려 만든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아이폰X을 비롯해 전작 업그레이드버전인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 등 3종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애플은 "오는 11월 3일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아이폰X을 공식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이번에도 1차 출시국에서 빠졌으며, 출시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폰X은 아이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홈버튼'을 없애는 대신 3차원(3D) 스캔을 활용한 얼굴인식 시스템 '페이스ID'를 장착했다. 특히 스마트폰 두뇌 격인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고성능 'A11 바이오닉' 칩을 장착해 향후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응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쿡 CEO가 지겨울 정도로 '믿기지 않는(incredible)' '놀라운(amazing)'을 연발하며 설명했지만 이런 기능들은 이미 며칠전 유출된 내용과 완전히 일치해 애플 특유의 '신비로움'은 사라지고 말았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로 그 혁신성을 인정받던 애플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애플은 전혀 '애플스럽지 않은' 하드웨어 자랑에 장시간을 소비한 셈이다.
쿡 CEO는 "경쟁사에서 볼 수 없었던 정확한 색상, 전정한 블랙, 밝기 10만대 1의 명암비를 자랑한다"며 '올레드(OLED) 풀스크린'을 소개했다. 삼성SDI가 독점 공급하는 부품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올초 갤럭시S8에서, LG전자도 V30부터 채택해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쿡 CEO가 "애플이 이제까지 개발한 것 중 가장 정교한 기술"이라고 강조한 페이스ID 혁신성도 의심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먼저 선보인 기능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잠금해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애플은 3만 개 이상 적외선 신호를 발사해 통해 3D 지도를 만드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훨씬 높아 앱스토어 결제 인증 수단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A11 칩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앞으로 삼성전자를 상대로 하드웨어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아이폰X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상단부 카메라와 안면인식 센서를 제외한 양 옆까지 액정으로 덮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크기는 늘리지 않으면서도 디스플레이 인치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애플이 처음 시도한 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M자 탈모 스마트폰"이란 놀림도 받았다. 가로 상태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때 화면 영상을 잘리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이폰X 발표 현장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가격대다. 아이폰X은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비싼 제품이다. 아이폰X 가격은 미국 시장 기준으로 64GB 모델이 999달러(약 112만 7000원), 256GB 모델은 1149달러(약 129만 7000원)이나 한다. 이는 판매세 혹은 부가가치세(국내는 10%) 등 세금을 감안하지 않은 가격으로, 실 구매가는 이보다 훨씬 비쌀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 등 고가 브랜드를 적용했거나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한 특수 휴대폰을 제외하면 이렇게 비싼 단말기는 없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만약 애플이 환율 변동 가능성을 감안해 한국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한다면 256GB 모델의 경우 15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며 "노트북보다 비싼 스마트폰의 등장"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오는 11월 3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1차로 아이폰X를 출시할 예정이다. 예약 주문은 10월 27일 시작된다. 한국은 이번에도 1차 출시국에서 빠졌으며, 출시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내 출시까지 약 한달 반 정도 걸렸으므로 국내 소비자들이 고가의 아이폰X를 구매할 수 있는 시기는 연말께나 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아이폰X 공급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국내 출시 시점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2012년 9월 12일 공개된 아이폰5의 경우 국내 출시는 석달이 지난 12월 7일에나 이뤄졌다.
사실 애플의 '코리아 패싱'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 이상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한국 시장을 가볍게 대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발표를 앞두고 전세계 주요 미디어에 초청장을 보냈지만 한국은 제외했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한국 기자들만 초청받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애플이 실리콘밸리 현지 국내 특파원들마저 초청하지 않은 것은 한국을 홀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현지 특파원들 항의에도 아무런 응답이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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