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입점한 롯데면세점이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임대료 조정을 공식 요청한 가운데 인천공항이 이달 말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대화의 장이 마련돼 롯데면세점의 면세 사업권 포기란 극단적 상황은 피했지만 쟁점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어서 후폭풍은 여전히 잠재된 상태다.
1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일영)는 롯데면세점의 공식 임대료(최소 보장액) 조정 협의 요청에 대해 이달 말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롯데면세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공항내 면세점 매출이 줄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임대료 조정 요청을 했다. 최소 보장액이 아닌 아닌 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구조를 변경해 달라고 했다. "현 상황이 시급한 만큼 일주일 이내에 협의 일정을 회신해 달라"고 요청해 사실상 19일이 마지노선 임을 시사했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4조1000억 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납부하기로 하고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롯데면세점은 3년차인 올해 2000억 원 이상, 5년간 최소 1조4000억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공항이 협상을 거부하면 철수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인천공항이 롯데측 요구에 화답하면서 양측의 의견 접근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만만찮은 반대 여론을 넘어서야 한다. 네티즌들은 롯데가 경기 변동성 등을 감안해 스스로 적어낸 임대료에 대한 위험 헷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과거 매출이 호황일 때 반대로 인천공항에 무엇을 해주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기 위해 다른 경쟁자보다 높은 금액을 쓴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2020년 8월 면세 사업권을 따낼 당시 다른 면세점들이 매년 임대료를 2~5%씩 올려 내겠다고 할 때 일부 연차의 경우 절반 이상을 올려내겠다고 했다. 2년차(2016년 9월~2017년 8월)때 임대료 5150억 원을 내고, 3년차(2017년 9월~2018년 8월)때 7740억 원, 4년차(2018년 9월~2019년 8월)때 1조1610억원을 내겠다고 했다.
나아가 일부 네티즌들은 롯데그룹이 백화점 등을 운영하면서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입점 업체의 임대료를 깍아준 적이 있느냐면서 '역지사지'를 들먹이고 있다.
인천공항도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기는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면세점, 식음료업체 등 500개 업체의 임대료 1300억원 정도를 깎아준 적이 있다. 당시 국세청에서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 공사의 매출을 고의로 누락했다며 370억여 원을 추징했는데 현재도 불복 소송이 진행이다. 이번에도 임대료를 인하한다면 법인세 탈루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이와함께 식음료, 은행 등 다른 입점업체도 면세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집단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대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롯데측 요구(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금액 책정)는 애초 내겠다고 약속한 임대
인천공항은 "9월 말 임원급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필요시 수시로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롯데면세점이 개항 이래 지속적으로 면세점을 운영해온 중요한 파트너임을 고려해 실질적인 상호 접근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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