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무역협회장, 사임하며 정부에 쓴소리 "시장이 가장 능률적이고 공평한 경제"
임기를 4개월 남겨 놓고 돌연 사임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24일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그는 이날 이사회에 사임서를 제출한 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정부가 시장경제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평소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개혁, 시장, 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할 정도로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그는 "지금 분위기는 시장을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풍조가 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김 회장은 "시장경제 이외의 길에서 발전의 길을 찾은 예는 동서고금에서 찾을 수 없다"며 "시장이 가장 능률적인 경제이자 공평한 경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 기업 등이 시장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안 하고 있다"며 "특히 시장과 괴리된 채 시장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정책이 나오는 이런 환경에 대해 굉장히 우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회장의 언급은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시장 흐름과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그는 이에 앞서 1991~1992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는 정부의 실무대책위원장을 맡아 한국 경제의 개방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2008년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특별자문관으로 위촉되는 등 투자유치 업무도 경험했습니다.
김 회장은 시장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때는 정부와 기업이 연합한 '한국주식회사적 경영 방식'이 도입됐다"며 "하지만 최순실 사태 등을 겪으며 이제 그런 식으로 기업 협조를 받으면 안된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습니다.
김 회장은 "나는 박근혜 정부 때 무역협회장이 됐지만 당시에도 시장경제와 관련한 내 제안은 정부에서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경제단체장 가운데 내가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한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기업가형 국가(Entrepreneurial State)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무역협회장 재임 시절 여러 강연을 통해 "한국 경제는 최종적으로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것이 기업에 좋다는 명제가 동시에 성립하는 기업가형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편, 그는 사임 이유에 대해 "정부가 최근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업 오너 외에 월급쟁이 가운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 빨리 그만 뒀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다"며 "와중에 정부가 내가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나는 이런 것을 압력이나 종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위해라고 생각하면 압력이 될 수 있겠지만 나는 잃을
사임 메시지를 보낸 주체가 청와대냐 산업통상자원부냐고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무역협회회장의 인선은 정부 최고 책임자가 모르게 결정된 예가 없다"고 언급해 청와대에서 메시지를 받은 듯한 뉘앙스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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