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유례없는 '포항지진'으로 일주일 미뤄졌던 유통업계 '수능마케팅'이 재개됐다. 반값 할인·사은품 증정 등 수험생을 대상으로 각종 마케팅 대전이 펼쳐진다. 고생한 수험생을 위로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행사지만 차별성 없이 업체마다 '구색 맞추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복합쇼핑몰을 비롯해 외식, 식음료, 패션, 화장품 등 대다수 업체들은 당초 기획했던 수능 마케팅 일정을 조정하고 수험생 지갑 열기에 나섰다. 연기된 수능 일정이 때마침 한국판 블랙프라이 데이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벤트 열기에 더욱 불이 붙은 모양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오는 3일까지 입점 브랜드에서 최대 30%이상 할인 세일을 하는 '바이(BUY), 바이(BYE) 수험생' 프로젝트를 연다. 참여 브랜드는 '인사일런스', '부루앤주디', '유니폼브릿지', '텐바이텐' 등 20대 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패션 브랜드들이다.
이랜드 로엠은 오는 26일 까지 수험표를 가지고 매장을 방문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케이스위스와 머렐 역시 수험표와 학생증을 제시하면 신제품을 포함한 제품을 최대 40% 값을 내려 판매한다.
수험 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꾸미기 시작할 예비 성인들을 겨냥해 화장품업계도 활발히 움직인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공식 페이스북에서 수험생 친구를 태그해 응원 댓글을 작성하면 추첨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이너뷰티 브랜드 바이탈뷰티(VB)의 신제품 데일리 뉴트리션 2주분을 제공한다. 에이블씨앤씨의 미샤는 오는 25일까지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1 1' 행사를 실시한다. 수능 수험생들에게는 미샤 디 오리지널 텐션 팩트 미니어처를 추가로 선물한다. 잇츠스킨은 수능이 끝난 직후 3일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최대 50% 할인 프로모션을, 토니모리 또한 수험생을 위해 30%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그러나 매년 특색없이 '천편일률'적인 수험생 행사가 나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험생 지모양(19·여)은 "수험표를 지참하면 20~30%, 많게는 50%이상 할인한다는 광고는 사실 수능 때가 아니라더도 평소에도 접할 수 있는 프로모션인 경우가 많다"면서 "마치 수험생만을 위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행사는 없다"고 고백했다.
직장인 강호연씨(29·남)는 "내가 10년 전에 수능이 끝나고 봤던 수험생 이벤트랑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면서 "고생한 수험생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할인판매를 한다는 건 단순히 학생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수능이 끝난 후부터 연말까지 매출이 한해 장사를 상당부분 책임져 업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성수기다. 업체들이 '구색 맞추기'식 행사라는 소비자 눈총에도 수능 이벤트를 놓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는 연기했던 수능 이벤트를 일제히 재개하면서 각 지점 상황에 맞는 행사 기획으로 변별력을 모색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5개 점포에서 30일까지 '영패션 할인 이벤트'를 연다. 할인 행사외에 수험생과 가족 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아모러스 재즈 콘서트(28일·목동점), 팝 피아니스트 이권희 겨울 음악회(12월2일·신촌점), 마술사 오은영 매직쇼(12월2일·신촌점)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일주일 미뤘던 '수험생 치어업' 행사를 시작하며 메가박스,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펀시티 등 스포츠 레저활동에 초점을 맞춘 프로모션을 공개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수능 시즌이 겹치면서 할인 이벤트가 더욱 왕성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험생은 잠재적 소비 주체인 만큼 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남들과 비슷한 할인 행사가 아닌 신박한 기획 행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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