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매경DB, 현대차] |
기름 많이 먹는 대형차를 비꼬는 말이다. 덩치가 크면 기름을 많이 요구하는 배기량 큰 엔진을 달아야 한다. 이는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상식처럼 여겨졌다.
1997년 도요타 프리우스가 기름값 아껴주는 하이브리드카(HV) 시대를 열었지만 하이브리드카 선구자인 도요타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의 대형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관계를 맺지 않았다. 연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형차나 준중형차 위주로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연비 절감과 친환경을 무기로 힘을 키웠다. 그러나 연비에 초점을 맞췄기에 달리는 맛이 부족했고 가격도 비싸다는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연비 좋고 달리는 재미도 갖춘 '친환경 디젤'에 치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디젤 게이트'로 하이브리드카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친환경 디젤의 허상이 깨진 데다, 아직까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가 '이동의 편리성'을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하는 전기차의 한계로 하이브리드카가 다시 주목받았다.
하이브리드카도 연비에 초점을 맞췄던 한계에서 벗어나 달리는 맛을 향상시켰다. 주행 성능 향상은 차급에서 발상의 전화를 일으켰다. '하이브리드카는 작은 차에 제격'이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하이브리드카 영역 밖에 있었던 중형차, 대형차, SUV도 하이브리드카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소형차와 준중형차에 머물렀던 하이브리드카 영역이 중형차를 넘어 이제는 모든 차종으로 확대됐다.
덩달아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판매 대수도 증가했다. 올들어 10월까지 국산차 시장에서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9.3% 늘어난 2만2161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아차 하이브리드카 판매대수도 14.2% 증가한 1만7659대로 나왔다.
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종은 한 때 '기름 먹는 하마'에 속했던 그랜저다. 지난 4월 출시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 1~10월 1만4303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139.8% 증가했다. 현대 하이브리드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현대차가 출시 당시 올해 판매목표로 제시했던 1만대를 지난 9월에 이미 돌파했다.
SUV인 기아 니로는 전년 동기보다 14.2% 증가한 1만7659대가 판매되면서 국산 하이브리드카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성장세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미치지 못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인기 비결은 가솔린 모델과 외모는 같고 성능은 비슷하지만 연비는 우수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개발할 때 가솔린 모델과 디자인에서 차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공력 휠 외에는 외모가 가솔린 모델과 같다.
내장도 가솔린 모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를 제외하면 사실상 같다. 다만 도어트림 가니쉬에 세계 최초로 코르크 나무에서 채취한 리얼우드를 적용. 친환경 이미지와 고급감을 부각시켰다.
트렁크 공간도 얼핏 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 같지 않다.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으로 이동해 적재 능력을 향상했기 때문이다. 트렁크 용량은 426ℓ로 골프백 4개, 보스턴백 2개를 실을 수 있다.
↑ [자료출처:각사] |
운전석에 앉으면 가죽시트가 몸을 안락하게 잡아준다. 도심에서는 에코 모드와 노말 모드를 사용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다. 3km 정도는 크루즈 기능도 사용했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때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 수치가 뚝뚝 떨어졌지만 에코·노말 모드와 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때는 꾸준히 올라갔다. 0.27Cd로 동급 최고 수준인 공기역학 성능도 연비 향상에 한몫했다.
시승을 마친 뒤 측정한 연비는 15.7km/ℓ로 나왔다. 공인 연비 16.2km/ℓ보다는 적게 나왔지만 성능을 알아본다며 급가속, 급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시승 코스의 절반 정도를 스포츠 모드로 달린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에 어울리는 연비 실력이었다. 기존 모델보다도 8% 이상 연비가 개선됐다.
연비 못지않게 정숙성도 이 차의 정체성을 알려줬다. 도심에서 시속 60km 이하로 달릴 때는 잡소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하이엔드급 오디오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빠져들 수 있다. 시승 도중 비가 내리자 시끄럽기보다는 오히려 운치가 더해졌다.
현대차가 밝힌 가속소음은 51dB, 노면소음은 62dB, 정속소음은 64dB다. 소음·진동 규제법에 나오는 소음 기준에 따르면 도서관은 40dB, 조용한 사무실은 50dB, 조용한 자동차는 60dB다.
달리는 맛은 가솔린 세단에 버금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지면서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중저음 엔진소리가 깔리면서 페달을 밟는 힘에 비례해 속도를 높였다. 날카롭지는 않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중'하면서 힘이 넘치는 가속성능을 발휘했다.
제동 성능도 만족스럽다. 빗길이어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살짝 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안정적으로 멈췄다. 차선이탈경고시스템은 민감하게 작동했다.
코너를 돌 때는 차체가 튕겨나가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몸이 쏠리지 않게 붙잡아줬다. 과속방지턱은 충격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자동으로 속도와 거리를 제어해 움직였다.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차선이탈 방지 기능과 결합해 스티어링휠에 손을 올려두기만 하면 알아서 달렸다.
↑ [사진출처 = 현대차] |
여기에 3년 이내 차량 재구매 때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고 구매 후 30일 이내에는 차량을 교환할 수 있으며 구매 후 1년 이내 사고 발생 때는 신차로 교환받는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경쟁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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