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 제공 = 포스코] |
앞서 권 회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할 때도, 지난달 동남아지역 순방에 나섰을 때도 함께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전 정부 시절 선임된 권 회장을 배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권 회장과 마찬가지로 지난 정부 때 선임된 황창규 KT 회장도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길에 함께하지 못하고 채종진 비씨카드 사장을 대신 보낸다.
1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다음날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일가가 대거 포함됐다. 재계 1위 삼성그룹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진그룹에서는 조양호 회장 대신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각각 나설 예정이다.
포스코는 문 대통령의 앞선 두 번의 해외 순방에는 동행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권 회장을 대신해 오 사장이 방중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포스코 측은 이와 관련 "중국 법인장을 지낸 오 사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게 회사에 더 이익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에서 총수 일가나 부회장급 이상의 전문경영인이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 따라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져 보인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에 오 사장이 방중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데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경제사절단에 업계 맏형인 포스코가 빠지면서 미국 철강업계와 대화를 나눠볼 기회를 놓친 경험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 대상에는 철강 분야도 포함돼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선재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율을 기존 10.09%에서 40.8%로 대폭 올렸다.
상무부 측은 환율 계산 오류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철강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미국 철강협회는 다양한 경로로 외국산 철강에 대한 보복관세 등의 정책이 시행되도록 하기 위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꼭 권 회장이 아니었더라도 포스코가 포함됐다면 미국 철강업계와 대화라도 나눠볼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철강업계 관계자는 토로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길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동남아 지역은 권 회장이 직접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할 정도로 포스코가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업체와 합작을 통해 연산 3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동남아 순방길에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포스코 측은 당시 경제사절단 구성이 CEO급이었기 때문에 권 회장이 나서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장을 문 대통령의 행사에 참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영화된 공기업의 수장이 다른 대기업과 달리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함께하지 못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뒷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뀐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포스코 회장이 많아서다.
포스코에서는 박태준 전 회장을 비롯해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 전 회장이 모두 정권이 바뀐 뒤 자리를 내놨다. 권 회장의 전임자인 정준양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에 더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점도 권 회장의 입지를 좁힌다. 그는 최순실 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 씨가 포스코 계열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
권 회장과 정권의 관계에 대한 이 같은 추측들에 대해 포스코 측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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