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매경DB] |
자동차를 탈 때도 티피오가 작동한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같은 차라도 다른 맛이 난다. 게다가 한층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라면 티피오는 더 크게 작용한다.
얼마 전 부산에서 마세타리 뉴 기블리를 탈 때 티피오 영향을 체감했다. 멋진 이탈리아 하이 퍼포먼스 슈퍼카를 타고 이탈리아 지중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승코스를 달렸기 때문이다.
시승 코스는 FMK 마세라티 부산지점이 고객 시승용으로 개발했다. 럭셔리 힐링 명소로 떠오른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이탈리아 지중해 느낌을 지닌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 등으로 구성됐다.
시승차인 기블리는 이탈리아 럭셔리 퍼포먼스 브랜드 '마세라티'가 내놓은 슈퍼카다. 플래그십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와 엔진·변속기를 '공유'한다. '리틀 콰트로포르테'인 셈이다.
기블리는 2013년 국내에서 출시된 뒤 '사막의 열풍'이라는 차명에 어울리게 마세라티 열풍을 불러왔다. 현재 마세라티 판매대수 10대 중 4대는 기블리다.
인기 비결은 높은 브랜드 가치, 슈퍼카로서는 저렴한 가격, 뛰어난 성능이다. 공략 대상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 등 독일·영국 프리미엄 자동차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들이다.
마세라티는 지난 10월 새로워진 기블리를 가져왔다. 뉴 기블리다. 라인업은 후륜구동 가솔린 모델(1억1400만원~1억2270만원), 사륜 구동 S Q4 모델(1억2870만원~1억4080만원), 디젤 모델(1억1240만~1억2110만원)로 이뤄졌다.
뉴 기블리는 기존 모델보다 우아하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전후면 범퍼 디자인을 채택했고 라디에이터 그릴도 다듬었다.
전면부는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상어를 닮았다. 매트릭스 LED를 탑재한 헤드라이트는 먹이를 쏴보는 상어의 눈을, 하이퍼포먼스 쿠페인 그란투리스모에서 영감을 받은 그릴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상어의 입을 연상시킨다.
측면에서 보면 쿠페 형태를 띤 날렵한 모습이 상어의 유선형 몸을 떠올리게 만든다. 유선형 차체로 공기저항 계수는 0.31에서 0.29로 7% 개선됐다.
↑ 기블리 그란루소 내부 [사진제공 = 마세라티] |
전체 외관 이미지는 확실히 독일차와는 다르다. 독일 차가 칼 같이 다려진 군복을 입은 느낌이라면 이탈리아 차는 몸에 딱 달라붙지만 편안한 '나폴리 스타일 슈트'를 연상시킨다.
뉴 기블리는 럭셔리 감성의 그란루소(GranLusso)와 스포티한 매력의 그란스포트(GranSport) 두 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콰트로포르테와 동일한 듀얼 트림 전략을 채택했다.
그란루소 트림은 럭셔리 감성과 안락함을 강조한 모델이다. 크롬으로 마감한 프런트 범퍼가 세단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한층 끌어 올린다. 실내에서는 기본 제공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실크 에디션이 엔트리 모델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품격 높은 분위기를 발산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소재로 마감해 차량 내부에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이탈리안 감성을 부여했다. 부드럽게 닫히는 소프트 도어 클로즈 기능은 세단의 우아함을 완성한다.
그란스포트 트림은 피아노 블랙 인서트 스포츠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3개의 독립된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을 채택해 역동성과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고성능 슈퍼카의 필수조건인 안전성도 우수하다.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인 2017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전륜은 더블 위시본 시스템, 후륜은 멀티링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후륜 모두 노면 조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댐핑력을 변동시키는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스포츠 스카이훅 서스펜션 시스템은 4개의 바퀴에 장착된 가속 센서를 통해 주행스타일과 도로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ECU에 전달, 지속적으로 댐핑률을 조설하면서 주행을 최적상태로 만들어준다.
↑ [사진제공 = 마세라티] |
운전석에 앉으면 12방향 자동 조절 기능과 메모리 기능을 갖춘 시트가 몸에 딱 달라붙는다. 맞춤 슈트를 입은 것처럼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 편안하다. 기분 좋은 긴장감도 느껴진다.
기본 탑재되는 스포츠 스티어링 휠, 스포츠 페달은 마세라티만의 레이싱 DNA를 표현했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는 시동 버튼도 레이싱에서 영향을 받았다. 오른손이 할 일이 많은 레이싱에서 상대적으로 할 일이 없는 왼손에게 임무를 부여하면서 오른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중저음의 배기음이 뒤쪽에서 앞쪽으로 흘러나온다. '소음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시동 소리와 함께 가슴이 두근거린다.
주행모드 노멀, M(수동), I.C.E, 스포츠 4가지다. 처음에 선택한 모드는 I.C.E. 겨울용 '아이스' 모드가 아니다. I.C.E는 'Increased Control and Efficiency'의 약자다. 차량 반응을 노멀 모드보다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연료 소모와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처음 선택한 드라이빙 모드는 I.C.E다. 이탈리아 지중해에서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맛보기 위해서다.
이번에 새로 채택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은 기존 유압식 스티어링보다 조작이 편해졌다.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할 수 없는 유압식 스티어링의 단점도 해결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부드럽게 작동했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골목길과 도심에서 I.C.E와 노멀로 주행할 때는 승차감이 부드러웠고 흔들림도 적었다. 고성능 스포츠카보다는 프리미엄 세단 같았다. 두 모드 모두 소음과 진동을 잘 억제했다.
성능을 향상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인 ADAS(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도 편안하고 안전한 드라이빙에 한몫했다. 기존 제공되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 유지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하이웨이 어시스트 시스템을 추가했다. 차선 유지 어시스트 정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운전이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 무렵 노면상태를 운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주고 조향감도 우수해 스포츠카에 제격이라 평가받던 유압식 스티어링의 매력을 이제는 맛보지 못할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뉴 기블리를 타면서 편안한 드라이빙만 추구한다면 '앙꼬(팥소) 없는 찐빵'을 먹는 셈이다. 유압식 스티어링에 대한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고 스포츠 모드로 바꿨다.
걱정은 기우였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으로 바꿨지만 레이싱 DNA는 버리지 않았다. 기존 유압식 스티어링처럼 노면과 스티어링 휠이 한 몸이 돼 움직였다. 가속 페달을 밟은 발의 강도에 맞춰 반응했다. 발에 힘을 주면 망설임 없이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질주했다. 기존보다 낮아진 공기저항 계수도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질주에 기여했다.
속도는 지칠 줄 모르고 올라갔지만 두려움보다는 카타르시스가 몰려왔다. 손과 발에 정확히 반응하면서 안정감도 뛰어나 통제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와 운전자가 한 몸이 돼 종횡무진했다. 달리는 속도를 알아채지 못한 차가 앞에서 끼어들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이 밀려왔지만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감속했다.
뉴 기블리는 여유로운 드라이빙, 가슴 뛰는 퍼포먼스 주행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뉴 기블리는 폼으로, 성능만으로 타는 차가 아니다. 가슴으로 타는 '감성 슈퍼카'다. 남자가 탄다면 몸에 딱 맞는 멋진 슈트, 정장 구두, 비즈니스 가방과 어울린다. 파바로티의 멋진 오페라를 들으며 해안도로를 달리면 금상첨화다
기블리는 드라마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로 사용된다. 배우 공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면서 마세라티 인지도도 높인 '도깨비'와 비슷한 판타지 드라마 '흑기사'에서 배우 김래원과 장미희가 기블리를 타고 나온다. 기블리는 이 드라마에서 몽환적인 장면에 출연한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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