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코스트코 반품숍 전경 |
해당 점포에서는 속옷만 파는 것은 아니었다. 등산복, 수영복, 점퍼, 패팅코트, 아동용 옷 등 각종 의류가 즐비했다. 유명 도자기 그릇과 장식품은 물론 세제,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도 한 데 쌓아져 있었다. 마치 대형마트의 한 창고를 연상케하는 이곳은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상품을 재판매하는 일종의 아웃렛이었다. 일명 '코스트코 반품숍'이라고도 불리는 A상점 주인은 "카드결제단말기(POS)에 바코드로 정보가 입력돼 있는 상품만 1500개 정도 된다"며 "옷 종류는 미치 바코드로 찍지 못한 것도 많아 실제 판매중인 상품은 그 보다 많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반품숍’이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의 상품을 보다 싸고 편리하게 살 수 있다보니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 사이 입소문을 타는 모습이다.
◆ 코스트코 상품 '득템 기회'…할인가에 낱개로도 구매 가능
코스트코 반품숍의 상품은 기본적으로 90% 이상이 코스트코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거나 판매했던 상품이다. 냉장·냉동 식품을 제외한 코스트코에서 판매중인 상품의 대부분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상품 포장이 일부 찢겨졌거나, 포장 박스가 따로 없는 상품이 많다는 점이다. 또 소비자들의 단순변심에 의해 반품된 제품이나 이월상품도 일부 있다. 그러다보니 판매가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할 때보다 10~20% 저렴하다.
A상점 주인은 "판매가라는 게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10~20%를 할인해 팔고 있다"며 "때에 따라 반품 제품의 경우 가격표에 따로 표시를 해 반값에도 판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연회비를 내야하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신용카드 결제시에는 삼성카드만 가능한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코스트코 반품숍에서는 결제수단으로 꼭 삼성카드를 택하지 않아도 된다. 회원가입도 필요없다. 같은 상품을 구입하면서 번거로운 절차와 연회비 등 비용 부담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많은 소비자들이 코스트코 반품숍을 찾는 이유다.
특히 대용량을 자랑하고, 많은 갯수의 상품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 코스트코 제품과 달리 코스트코 반품숍에서는 낱개로 나눠 살 수 있다. 그만큼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코스트코 반품숍이 운영되기 위해선 물건 확보가 관건이다. 즉, 코스트코 반품 상품이 정기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벤더가 따로 있다. 전국에서 13개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코스트코에서는 현재 12명의 벤더와 계약을 맺어 코스트코 반품숍 등으로 상품을 공급한다. 이는 코스트코와 비슷한 국내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이나 '트레이더스'에서는 없는 코스트코만의 독특한 유통 방식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코스트코 반품숍을 운영하는 B씨 또한 "벤더와 연락을 취해 코스트코 제품을 받고있다"며 "한달에 2~3번 정기적으로 물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A상점 주인도 "3주에 한번씩은 벤더를 통해 상품이 들어온다"며 "좋은 물건을 제때 빠르게 확보하는 게 경쟁력인 만큼 업력이 오래된 벤더와 손을 잡는게 반품숍을 오래 잘 운영하는 비결"이라고도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벤더로부터 공급받는 상품 중 입고된 후 날개 돋히듯 팔리는 제품에는 주방·세탁세제, 물티슈,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이 많다. 또 계절성 상품으로 어그부츠, 코트 등 인기 상품 역시 입고 다음날 완전판매 된다고 한다.
B씨는 "상품 입고 소식을 알린 당일에만 10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몰린다"며 "물건을 들여온 그 주에는 아르바이트생 3명을 시간대에 따라 고용해야 가게 운영이 제대로 될 정도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단, 입고되는 물품 수량이나 내용물은 벤더가 물건을 갖고 온 날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수량과 상품 종류를 파악하고 가게에 들르는 것이 좋다.
↑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코스트코 반품숍 전경 |
국내에서만 코스트코 반품숍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코스트코가 진출해 있는 캐나다와 일본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 이유는 반품숍에서 파는 상품은 중고품이라는 생각이 소비자들 사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스트코 반품숍 점주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판매 중인 상품의 80%는 완전히 새 제품들로 단지 포장 박스에 흠집 등이 생겼을 뿐이지 코스트코에서 파는 정상 제품과 같다. 하지만 '반품숍'이라는 이름 때문에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코스트코 아웃렛', ’세이브(save) 코스트코’라는 명칭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 불황 속 이같은 코스트코 반품숍이나 중고숍 등이 많이 생겨나자 점주들은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 관리를 위해 제품 입고 소식을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를 전송해주거나 택배를 발송해 주는 서비스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또 단골일수록 해당 손님이 원하는 물건이 들어오면 먼저 빼놓거나 연락을 따로 취하기도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소위 짝퉁거래나 코스트코 제품이 아닌데도 코스트코 제품처럼 속여파는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서는 결국 '제 살을 깎아먹는 행위'라고 점주들은 입을 모았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과의 신뢰가 있어야 운영될 수 있는 유통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코스트코 반품숍을 운영 중인 D씨는 "회원 가입비를 따로 받지는 않지만 일정 회원 명단을 취합해 일종의 단골고객을 관리하고 있다"며 "상품 내용물은 벤더가 도착해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져버리지는 않는다"고 강조했
A상점 주인도 "7~8년째 같은 자리에서 상점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단골고객과의 신뢰를 지켰기 때문"이라며 "코스트코 반품숍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코스트코 매장 제품도 잘 알고 또 선호하는 분들이어서 속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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