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했던 국내 통신사들이 가입자 혜택 보따리를 하나, 둘 풀기 시작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정부 정책에 순응하기 힘들지만, 가계통신비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해 자발적인 쇄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SK텔레콤이 이날 선택약정할인의 위약금 구조를 개편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지적을 받았던 선택약정 할인반환금 구조를 국내 이통사 최초로 바꿨다. 기존에는 약정 만료에 근접할수록 누적 할인액이 증가하는 탓에 할인반환금 부담이 컸는데, 개선된 구조에서는 약정 기간 절반을 채운 시점부터는 할인반환금이 대폭 감소한다.
또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선택약정할인의 남은 잔여기간과 상관없이 할인반환금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이통사들은 잔여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은 가입자에 대해서만 할인반환금을 유예 조치했다. 다만 변경된 제도에서도 재약정을 한 가입자가 기존 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지하면 기존 약정의 할인반환금과 재약정에 따른 할인반환금이 합산 청구돼 주의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올해 새로운 형태의 요금제 출시를 비롯한 8개 혁신 과제를 추진 중에 있다. 이번 위약금 구조 개선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고객이 좋아하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매출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진정성 있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면서 이와 별도로 매달 데이터 40GB를 선물·공유할 수 있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월 8만8000원)를 출시했다. 이는 가족 단위 가입자가 활용하면 가계통신비를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는 요금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3명은 매달 13GB를 선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저가 요금제에 가입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다. 이통사는 최근에 활동을 끝낸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MNO(이통사)와 MVNO(알뜰폰)에 각각 다른 역할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도 이통사로서의 나름대로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낙전 수입 등을 걷어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노력은 통신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다. 이미 이통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기에 지금은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가족 단위로 가입자가 이통사를 바꾼다는 점에서 가입자의 부정적인 경
또 다른 이통사인 KT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KT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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