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 A씨(남·45)는 지난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암 진단 전 잉꼬부부로 불리던 부부관계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점점 소원해졌다. A씨는 아내와 성관계를 원하지만, 아내는 치료가 우선이라고 더 이상 이야기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암환자들은 발병 이전에 비해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여러 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 후에도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교육을 환자에게 시행하고 있지만 A씨와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진다. 단순히 환자의 신체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연구팀은 2013~2015년 서울 시내 3개 대학병원과 한국혈액협회를 통해 조혈모세포 이식환자와 배우자 91쌍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성생활 전반에 관해 질문한 결과, 대상자의 52.8%만이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성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환자와 배우자가 성생활에 대한 태도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환자는 배우자보다 성생활이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높게 평가했다. 4점 만점을 기준으로 환자들의 평균 점수는 2.57점인 반면, 배우자는 2.14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성생활에 대한 중요도와 관련해 부부간 의견 차이 정도를 카파계수로 평가하자 일치도가 0.17로 낮았다. 카파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일치 수준이 높다.
이러한 경향은 환자가 남성인 경우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남성환자(2.81)가 여성환자(2.07)에 비해 성생활의 중요성을 더 높게 평가하였고, 남자 환자와 그의 배우자로 이뤄진 부부간의 불일치가 더 높았다. 특히 상대방의 거절을 두고 오해의 골이 깊었다. 환자의 15.4%와 배우자의 22.0%가 각각 배우자의 거부로 인한 성생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카파 계수가 -0.08로 둘 사이 의견 차가 굉장히 컸다.
성생활 방해 주요 원인으로 꼽힌 환자의 체력 저하도 환자 46.2%, 배우자 37.4%이여서 응답률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간극이 넓어진 것은 대화부족 탓이다.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서 환자의 48.4%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파트너는 23.1%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해법으로 환자와 배우자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 오해를 바로잡고 적절한 성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환자와 배우자 모두 성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가능성이 5.5배 더 높았다.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암환자의 성 문제는 지금까지 중요성이 간과되어 왔지만 점차 암 생존자들에게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게 첫 단추인 만큼 환자는 물론 상대방 역시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필요한 교육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부터 암교육센터을 통해
이번 연구는 네이쳐 자매지인 'Bone Marrow Transplant' 에 발표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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